전후 로마의 실업 노동자인 안토니오 리치(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아내가 가족이 덮고 자는 이불을 전당포에 맡기고 찾아온 자전거를 가지고 영화 포스터 붙이는 일을 구한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자마자 누군가 자전거를 훔쳐가고, 그는 어린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올라)와 함께 자전거를 찾기 위해 시내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니면서 계층간의 차별을 비롯한 로마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만난다.
이탈리아어 제목으로는 ‘자전거 도둑들’인 이 걸작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주요 작품 중 하나다. 프랑스의 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가장 훌륭한 공산주의 영화라고도 평했다. 이 영화가 1949년에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에서는 바쟁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았음을 의미한다. 어처구니없게도 미국의 검열자들이 염려한 유일한 장면은 소년 브루노가 길에서 소변을 보는 장면이었다.
작가이론의 추종자들에게 이 영화는 그 힘을 조금은 상실한 것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의 창조적 지성에서 나온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 체자레 자바티니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그리고 비전문배우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협동작업에는 공동의 목표가 강하게 실려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각 개인의 개별적인 성취를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자전거 도둑」에는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부자관계의 묘사도 담겨 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존경과 신뢰라는 관점에서 두 인물 사이의 미묘한 동요와 점진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그 묘사는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 같은 영화와 나란히 비교해 보면 세계의 주류 영화들이, 그리고 그것들이 현실과 맺는 관계가 지난 반세기 동안 얼마나 유아적으로 퇴보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