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視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 짧은글긴감동 2019.11.13
경향, '餘適'에서 외로운 황혼 이별의 닿을 수 없는 거리는 그리움을 낳고, 메울 수 없는 거리는 외로움을 낳는다. 바라는 보아도 품을 수 없는 것들은 사무침으로 다가 온다. 가까이 있다가 멀어지면 그 거리만큼 눈물이 흐른다. 강은 그래서 마르지 않는다. 한 생의 황혼에 서면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들.. 짧은글긴감동 2018.06.24
탑승거부 시어머니를 전도하는 며느리 교회에 나가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돌아가신 아버님도 그곳에 계실 거라고, 듣고 있는 시어머니 정색을 한다 며늘아 , 천국에 가면 늬 시애비 있다는디 그 양반 다시 만나는 천국이라며 내는 거기 안 갈란다. 조재형(1963~ ) 다시 태어나도 같.. 짧은글긴감동 2018.06.19
빈집 빈집 기형도 (1962~198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짧은글긴감동 2017.11.18
찔래꽃 / 이외수 찔레꽃 / 이외수 마음으로만은 사랑할 수 없어 밤마다 편지를 썼었지 서랍을 열면 우울한 스무살 가슴앓이 시어들만 수북히 쌓여 있었지 입대하기 전날 아무도 몰래 편지를 모두 잘게 찢어 그대 집 담벼락에 깊이 묻고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으리 나는 바삐 걸었네 황산벌 황사바람 속에.. 짧은글긴감동 2017.05.11
세상이란 것 세상이란 것 이생진 가만히 앉았는데 세상이란 것이 떠오른다 지구의로 보면 둥글고 정치로 보면 쑥밭이고 역사로 보면 불쌍하고 나를 보면 벌레 먹은 잎새 같다 나를 왜 평가절하하느냐 조금 동정받는 것이 사랑받는 듯해서 어떤 땐 사랑에 굶주린 늑대 같아서 짧은글긴감동 2017.05.04
나의 꿈 나의 꿈 정호승 돌맹이로 빵을 만든다 흙으로 밥을 짓는다 풀잎으로 반찬을 만든다 강물로 국을 끓인다 함박눈으로 시루떡을 짓는다 노을로 팥빙수를 만든다 이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짧은글긴감동 2017.02.10
편지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 천상병 짧은글긴감동 2017.01.14
거룩한 식사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 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 혼자 등 돌리고 라면을 건지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남 모르게 갑자기 목메이게 한다 몸에 한세.. 짧은글긴감동 2016.10.04
나는 배웠다 샤를르 드 푸코 -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임을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 짧은글긴감동 201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