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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은 대부분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과 대화할 때 마치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환자와 필자 사이에 오가는 말이 있다. “운동 좀 하셔야겠어요.” “에휴, 운동 좋은 거 누가 모르나요?” “아는데 왜 못 하세요?” “시간이 있어야죠.”
그러나 생각해 보자. 정말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일까? 운동할 시간은 없어도 잠 잘 시간은 있다. 밥 먹을 시간도 있고, 신문 볼 시간도 있고, 텔레비전 볼 시간도 있고, 친구 만나 수다 떨 시간도 있고, 술 한잔 할 시간도 있고, 채팅할 시간도 있고, 목욕탕 갈 시간도 있다. 이런 시간들은 모두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야만 한다고 말할 것이다.
왜 운동할 시간은 못 낼까? 운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운동 대신 다른 긴급한 일에 우선순위(priority)를 두게 된다.
조선 시대에는 자동차도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리모컨도 없었다. 지금처럼 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을 구르면서 살아야 했다. 지금처럼 성인병이 창궐(?)하지도 않았으며, 따로 운동을 강조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자동화된 문명 속에서 사는 우리들은 사정이 다르다.
만약 당신이 승용차로 출퇴근하며, 사무실을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고,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일하면서도 운동을 위한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분명 배는 올챙이배처럼 튀어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져서 ET 체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심장병, 중풍, 과로사 등의 엄청난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버린 뒤 훗날 잃었던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버려야 하는 어리석음을 범치 말자.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는다. 시간이 남아서 먹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내서 밥을 먹는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운동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운동이야말로 보상이 가장 확실한 건강보험이다.
필자 : 이재성님 한의사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05년 06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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