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호칭은 어쩌면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보다 더 오래 산 낭만주의 피아니스트들도 여럿 있을 뿐더러, 그를 낭만주의 피아니즘의 정점으로 보는 것에도 많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추구했던 피아니즘이 그토록 황홀하고 초월적이었던 탓에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호칭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한 시대를 회상하고 특징지울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훈장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뉴욕 타임즈 부고란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짓곤 했던 그는, 1989년 11월 마지막 녹음을 마치고 1주일이 지난 뒤, 머레이 페라이어 부부와의 저녁 약속을 몇 시간 앞두고 영면의 세계로 날아가버렸다.
대표음반
호로비츠가 남긴 대표음반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협연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RCA) 바비롤리/뉴욕필과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APR),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RCA), 카네기 홀 컴백 리사이틀(SONY), 슈만 [크라이슐레리아나], [어린이 정경](SONY), 스카를라티 [소나타집](SONY),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메피스토 왈츠](RCA), 호로비츠 [리디스커버드](RCA), [호로비츠 인 모스크바](DG), [호로비츠 인 베를린](SONY).
약력 1925년 베를린에서 첫 유럽 연주회 1928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으로 미국 데뷔 1933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베토벤 시리즈 진행 1953년 12년 동안의 침묵기 1965년 카네기 홀에서 재기 리사이틀 1978년 유진 오먼디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미국 데뷔 50주년 연주회 1983년 일본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연주회를 망친 뒤 휴지기 1986년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에서 연주회 1987년 밀라노에서 줄리니의 지휘로 생의 마지막 협주곡 레코딩 1989년 마지막 레코딩을 남긴 뒤 세상을 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