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樂膳物 ♬

표제음악

藝友 2013. 8. 21. 23:15

 

표제음악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 자필 악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은 〈열정 소나타〉라는 표제로 널리 알려졌다.

가장 널리 붙여진 표제는 유명한 문학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표제가 붙은 음악은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서곡, 프로코피에프의 발레음악 등이 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저 누구의 몇 번 교향곡이니 피아노 소나타 몇 번이니 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제목이 있는 곡도 있다. 이렇게 제목이 붙은 음악, 다시 말해 표제음악이란 다양한 표제(이 가운데는 소재가 되는 문학 작품, 작곡의 동기, 곡의 성격, 기타 곡과 연관된 여러 정보 등)와 관련된 음악에 붙여진 기악곡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성악곡에 표제가 붙었다고 해서 표제음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모든 오페라에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이를 표제음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반대로 베토벤 교향곡 6번 작품 68에는 ‘전원’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이는 작곡가 자신이 붙인, 표제음악의 선구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보다 먼저 작곡된 교향곡 5번 ‘운명’은? 이 표제는 사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제목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곡은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로 알려져 있을 뿐 ‘운명’이란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다만 일본의 누군가가 이 곡에 ‘운명’이란 제목을 붙였고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이런 표제를 붙여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반에도 운명이란 제목이 붙은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다.

그런데 소위 클래식 음악(고전음악)이 대중음악에 비해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일반 청중들이 곡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제공해 주는 표제음악을 선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베토벤 교향곡 7번보다는 6번 ‘전원’, 9번 ‘합창’ 같은 곡이 월등히 인기가 있지 않은가! 물론 곡이 뛰어나서도 그렇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표제음악이 더 인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슈베르트 교향곡 8번은 몰라도 ‘미완성’ 교향곡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 미완성이란 표제는 말 그대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인데, 이 제목으로 그렇게 유명세를 탄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한편 같은 표제가 붙은 음악도 여럿 있어 우리를 혼란케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비창’이란 표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창’ 하면 떠오르는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이다. 그렇지만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창’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의미한다. 특히 ‘비창’ 소나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열정’ ‘월광’과 함께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그런가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시작될 때면 어김없이 방송을 타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는 가장 유명한 표제음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차이코프스키도 피아노곡 ‘사계’를 작곡했으니, 열두 달의 분위기를 표현한 명곡이다. 또한 하이든도 대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오라토리오에 ‘사계’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가장 널리 붙여진 표제는 유명한 문학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표제가 붙은 음악은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서곡, 프로코피에프의 발레음악 등이 있다.

한편 음악에 붙은 제목 가운데 보통명사가 표제처럼 쓰인 곡이 많은데, 이로 인해 곡의 형식이 제목처럼 사용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난다. 그런 곡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아다지오’다. 아다지오(adagio)란 음악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아주 느리게’를 가리킨다. 그런데 알비노니(Tomaso Giovanni Albinoni, 1671~1750/51)란 이탈리아 작곡가의 작품 가운데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 제목을 거두절미해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부르고 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알비노니의 아주 느리게’. 한편 베트남전을 그린 유명한 영화 〈플래툰〉에는 또 다른 아다지오곡이 등장하는데, 제목은 ‘현을 위한 아다지오’. 작곡자는 미국 출신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 1910~1981). 그런데 이 곡은 그가 작곡한 현악 4중주 작품 11 가운데 2악장을 특별히 현악을 위해 편곡한 것이다.

곡의 형식이 표제처럼 쓰인 대표적인 경우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아는 곡, 바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의 ‘카논(canon)’이다. 카논은 모방의 원칙을 사용하는 작곡 기법을 나타내는데, 간단히 말하면 돌림노래 형식이다. 즉 같은 선율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크 음악 가운데는 이 형식의 곡이 매우 많다. 그런데도 ‘카논’ 하면 파헬벨을 떠올리는 것은 이 곡이 그만큼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다.

곡의 형식이 표제처럼 쓰인 곡 가운데 또 하나 유명한 것이 바흐(J.S.Bach)의 ‘G선상의 아리아’다. 특히 이 곡은 아리아란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데, 일반적으로 아리아라고 하면 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에서 사용되는 주요한 독창곡을 가리킨다. 그런데 위에서 말하는 아리아는 그런 아리아(Aria)가 아니다. 그럼 무슨 아리아란 말인가? 이때의 아리아는 에어(air, 또는 ayre)라고 하는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류트 반주의 세속음악을 가리키기도 하고, 노래하며 추는 춤곡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후 에어라고 하면 고전음악에서는 춤곡 양식을 가리키는데, 바흐는 이 에어를 자신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의 두 번째 곡으로 작곡했다. 그리고 훗날 이 곡이 바이올린의 G선만으로 연주할 수 있게 편곡되었으므로 이때부터 ‘G선상의 아리아’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표제음악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표제음악의 반대 개념으로는 절대음악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절대음악이란 오직 음의 구성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란 뜻으로 청중에게 곡에 대한 선입견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장점을 갖기도 하지만 한편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음으로써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예술 작품이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표제가 있는 것이 오히려 곡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주어 예술 작품이 갖는 무한한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곡의 1·2·3악장은 합창이 나오지 않는 순수한 기악곡이다. 그러나 표제가 ‘합창’이다 보니까 대부분의 관객은 합창이 나오는 4악장을 기다리게 되고 이를 반복적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표제는 곡의 이해에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운명의 문은 이렇게 두드린다.”라는 베토벤의 말에서 유래했다는 이 제목 때문에 ‘따따따 다앙!’ 하는 1악장 외에는 들어 본 경험이 없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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