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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일곱 가지 감상포인트 국립오페라단

藝友 2014. 4. 26. 13:14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일곱 가지 감상포인트 국립오페라단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가 파리 상류사회 남성들과 밤새 파티를 즐기는 장면

1. [라 트라비아타]의 제목은 무슨 뜻?

‘트라비아타(Traviata)’란 ‘길을 잘못 든 여자’ 또는 ‘바른 길을 벗어난 여자’라는 뜻입니다. 앞에 붙어 있는 ‘라(la)’는 여성을 나타내는 정관사로, 영어의 ‘The’에 해당합니다. 이 오페라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의 극중 직업이 코르티잔(courtesan)이어서 이런 제목이 붙게 되었습니다. ‘코르티잔’이란 상류사회 남성의 사교계 모임에 동반하며 그의 공인된 정부(精婦) 역할을 하던 여성으로, 기생이나 게이샤처럼 시, 음악, 춤에 뛰어나야 했고, 시사적 상식과 교양을 갖춰 상류사회 남성들의 대화 상대로도 손색이 없어야 했지요.

2. 베르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

베르디의 오페라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라 트라비아타]는 우선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1막이 열리자마자 파티 장면이 펼쳐지고,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Brindisi)’가 테너 및 소프라노 주인공과 합창단의 노래로 들려옵니다. 2막 2장에 나오는 합창 ‘집시들의 노래’와 ‘마드리드의 투우사’ 장면에서 관객은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눈이 즐겁다는 이유로 이 작품이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아닙니다. 관객에게 젊음과 아름다움의 덧없음, 신분의 차별과 죽음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해 준다는 것이 이 오페라의 더욱 큰 매력입니다.

1막 초반 파티 장면에서는 유명한 ‘축배의 노래’가 나온다.

3. 대표적인 ‘프리마 돈나(prima donna)오페라’

여주인공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오페라, 여주인공의 가창력 및 연기력에 공연의 성패가 달린 오페라를 흔히 ‘프리마 돈나 오페라’라고 부릅니다.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는 다채로운 창법과 음색을 구사하며 기존의 한정된 틀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서정적인 리리코, 강렬한 스핀토, 무게감 있는 드라마티코, 현란한 콜로라투라의 특성을 모두 발휘해야 하는 배역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 오페라에서 베르디의 음악은 고귀한 품성을 지닌 여성으로 비올레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매춘 여성에게 품위를 부여했다는 것 자체가 오페라 극장에 별생각 없이 즐기러 오는 당시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853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의 초연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요, 동시대의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 관객들에게 거슬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폐결핵으로 죽어가는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가 너무 튼튼(?)해 보였던 것도 이유의 하나였습니다.

2막에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비올레타에게 아들 곁에서 떠나달라고 부탁한다.

4. 베르디의 사생활 – ‘주관성’이 강조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의 [나부코], [맥베스], [아이다] 같은 대작들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작품입니다. 역사를 배경으로 삼은 스펙터클 오페라가 아니고 ‘주관성’이 강조된 오페라라는 점이 새롭습니다. 남녀 주인공은 개인의 소박한 행복을 얻으려 했을 뿐이지만 인습적인 사회는 이들의 꿈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주인공이 버림받은 채 병이 깊어져 죽는 장면으로 오페라는 막을 내립니다. 베르디는 젊은 시절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잃은 뒤 여가수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와 동거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비난과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 그는 이 작품으로 인습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습니다.

베르디(좌)와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우)

5. 극적 긴장을 살린 새로운 음악적 시도

이 작품의 참된 묘미는 사실 파티 장면보다는 2막 1장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나누는 대화에 있습니다. 노회한 장사꾼 제르몽이 사회적 신분이 낮은 젊은 여인을 교묘하게 설득해 자신이 속한 부르주아 사회의 안전을 지켜내는 대목이죠. 이 장면의 긴 이중창은 아리아 위주였던 오랜 오페라 형식의 전통을 극복하고 극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베르디의 참신한 시도였습니다. 음악적 모티프들이 때로는 선율적으로 때로는 레치타티보 식으로 함께 자라나 유기적으로 하나의 예술적 총체를 이루는 획기적인 예가 된 것입니다.

이 오페라의 전주곡 역시 경쾌한 ‘’축배의 노래’ 주제로 시작하지 않고, 비올레타가 병으로 죽어가는 3막 전주곡의 어둡고 처연한 현악기 선율로 시작합니다. 베르디가 ‘모두에게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의 비참한 죽음’을 이 오페라의 주제로 삼았음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2막에서 아버지 제르몽은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라는 간절한 아리아로 아들을 설득해 고향으로 데리고 가려 한다.

6. 원작 소설 [카멜리아 레이디(La dame aux camellias)]

원작자 알렉상드르 뒤마 2세는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 1세의 아들입니다. 뒤마 2세는 20대 초반에 당대 사교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마리 뒤플레시(1824-1847)와 한때 연인 관계였다가, 마리가 스물셋에 폐결핵으로 죽자 그녀를 애도하며 소설 [카멜리아 레이디(동백꽃을 든 여인)]을 썼습니다. 자신도 정실 자식이 아니었던 뒤마 2세는 사생아나 매춘여성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면서 이들을 차별하는 사회의 이중 윤리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7.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선율들

파티 장면의 찬란한 음악들, 그리고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긴 이중창 외에도 이 오페라에서는 마음을 사로잡는 아리아와 중창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중창 ‘Un di felice eterea(언젠가 그 아름답던 날)’, 알프레도의 사랑에 설레며 고민하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E strano!....Sempre libera(이상해…언제나 자유롭게)’, 아들 알프레도에게 돌아오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아버지 제르몽의 아리아 ‘Di Provenza il mar, il suol(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죽음을 예감하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Addio, del passato bei sogni ridenti(지난날의 즐거운 꿈이여, 안녕)’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재회하는 이중창 ‘Parigi, o cara(파리를 떠나서)’ 등을 주의깊게 들어보시면 더 큰 감동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제르몽의 방해로 알프레도와 비올레타는 서로를 오해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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