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樂膳物 ♬

카라얀

藝友 2014. 7. 16. 23:15

알프스의 독수리로 환생하길 꿈꿨던 카라얀


“나는 독수리로 환생하고 싶다. 사랑하는 알프스 상공을 날 수 있도록….”
독수리의 눈을 가졌지만, 늘 그 눈을 감고 교향악단을 지휘한 ‘무대 위의 독재자’ 헤르베트 폰 카라얀은 불교의 환생을 믿었지요. 그가 소원대로 독수리로 환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989년 오늘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간 것은 확실합니다. 25년 전 81세의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불가리아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엘리아스 카네티는 “연주 동안 지휘자는 가히 신적 권위를 갖는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가히 살아있는 법”이라고 했는데 카라얀은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영국의 마가레트 대처 총리가 카라얀의 무한권력을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지요.

카라얀은 35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니를 이끌었고 빈 필하모니, 런던 필하모니 등 수많은 교향악단과 오페라단을 지휘했습니다. 그는 기초를 강조한 지휘자로 유명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니를 처음 맡았을 때 단원들에게 기초부터 다잡으려고 해서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튼튼한 기초가 베를린 필의 원동력이 됐지요. 모든 공연에서 리허설이 철두철미하기로도 유명하고요.

카라얀은 우리나라에서도 팬들이 많았습니다. 1970, 80년대엔 ‘지휘자=카라얀’이었습니다. 웬만한 시골 다방에도, 이발소에도 꿈을 꾸며 연주자들과 숨결을 나누는 듯, 목소리를 건네는 듯, 두 눈을 감고 지휘봉을 흔드는 그의 사진이 걸려있었지요.

카라얀은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지휘자일 겁니다. 피아노 연주회와 지휘를 포함해서 3524회의 연주회를 가졌고 음반 509개, 영상물 78개를 발표했지요. 최소 2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했고요. 그는 CD의 탄생에도 기여했습니다. 소니의 첫 CD가 74분 분량인 것은 카라얀이 자신의 추종자인 오가 노리오 소니 회장에게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카라얀은 독일극장의 음악총감독이 되기 위해 나치 당원이 된 전력이 있지요. 이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 동안 음악활동을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 단원들과의 끊임없는 마찰…, 카라얀도 미끄럽지만은 않은 삶을 살다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카라얀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꼽는 사람이 적지 않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미칠 수 있는 삶이었기에 행복한 삶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5년 전 오늘 비록 심장이 멎는 고통을 겪었겠지만, 마지막 찰나에는 미소 지으면서 떠나지 않았을까요? 알프스 산맥을 힘껏 치솟는 독수리로 환생하길 꿈꾸며….

'音樂膳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en i dream  (0) 2014.08.02
2014 조윤범의 클래식 여행-1강 쇼팽   (0) 2014.08.01
Schubert "Serenade"   (0) 2014.06.19
Schubert Piano Quintet Op.114, D.667 'The Trout' Mov.4   (0) 2014.06.17
슈베르트의 마왕  (0) 201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