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긴감동

스며드는 것

藝友 2014. 8. 7. 09:50

스며드는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간장은 살아있는 꽃게를 죽이는 나쁜 거겠죠?
그거로부터 새끼들을 지키려고 바둥거리다
버티지 못하겠다는 을 느끼자
그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이 위험과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저녁이라고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간장이 검으니까요. ㅡ 알들 주변이 간장으로 검어지는 건데 그걸 모르게 하려고 져녁이라고 함)

 

'짧은글긴감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달다  (0) 2014.08.31
인생은 노는 것이다  (0) 2014.08.13
사랑  (0) 2014.07.27
기탄잘리  (0) 2014.02.26
나는 당신을 봅니다 / 김창옥  (0)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