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ik Chaim Goldschmidt plays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에 이 밤이 황홀하다.
언제 부터인가 Gabriel's Oboe 에 쏙 빠졌드랬는데.
길을 가다가, 또는 찻집에서 가브리엘 오보에 ..
이 곡이 흐르면 왜 그리도 가슴이 절절해 지는지.
오늘밤..내 마음 같은 선율에 흠뻑 취해 본다.
감동이다!!!
Gabriel's Oboe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라고도 한다
가브리엘의 오보에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 분)는 이과수 폭포 옆의 절벽을 맨 손으로 오른다. 선교지로 올라가는 길이 없기에, 목숨을 걸고 물에 젖어 미끄러운 절벽을 오르고 있다. 힘겹게 절벽을 오른 가브리엘 신부는 잠시 쉬면서 배낭 속에 있는 오보에를 꺼내 연주를 한다. 영화 <미션, The Mission>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장면이다.
<미션>은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현재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국경지대인 이과수 폭포 인근이다. 시대는 1750년으로 위 지역에서 자국의 영토를 넓히고자 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갈등과 이로 인해 현지의 원주민들이 노예로 잡혀가고 그들의 거주지가 파괴되고, 또 살해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었는데, 반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을 식민지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유럽인들이 유전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추운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창의력이 있어서 일까?
지리적인 차이가 역사를 바꾸다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퓰리처상 논픽션 부분 수상작인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에서 그 이유를 ‘지리적인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인이 유전적으로 우월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전혀 없으며, ‘농업, 문자, 야금술, 바퀴’ 등은 모두 동양(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유럽으로 전래된 것이다. 유럽인이 발명한 문명의 이기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책 제목인 ‘총 균 쇠’는 유럽인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유럽인은 총이라는 훌륭한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은 갖지 못했다. ‘균’은 천연두 균을 의미한다. 유럽이 아메리카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95퍼센트 이상이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에 희생되었다. ‘쇠’는 유럽인들이 철로 만든 칼이나 갑옷을 사용했으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아직 철기문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1532년에 벌어진 사건은 ‘총 균 쇠’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불과 168명의 병력을 가지고 잉카 제국의 황제인 아타후알파를 사로잡는다. 피사로는 168명의 군인(수도 적었을 뿐 아니라 오합지졸이었음)으로 8만 군대를 가지고 있는 잉카를 멸망시킨다. 스페인군인이 가지고 있는 ‘총’은 지금의 총과는 달리 심지에 불을 붙여 쏘는 화승총이었다. 한 발을 쏘고는 다시 총알을 장전하고 심지에 불을 붙여야했기에 살상을 하기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지만 그 소리만 가지고도 잉카인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고, 그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었다.
‘균’은 피사로의 군대가 잉카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먼저 들어와서 잉카를 내란으로 이끌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서인도 제도에 상륙한 이후 스페인은 파나마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상륙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원주민과 접촉하면서 천연두가 퍼져나갔다. 천연두는 소로부터 인간에게도 전염된 병으로 유럽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목축을 하면서 천연두에 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축이라고는 한 종(라마)밖에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그렇지 못했다. 이 질병이 잉카 제국에 전파되었고 왕위 계승자가 천연두에 걸려 사망한다. 이어 왕위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잉카 제국이 내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 내란에서 아타후알파가 승리하여 황제에 올랐지만 이미 잉카는 그 내란의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피사로가 잉카에 도달한 것이다.
168명의 스페인 군인 중에 62명은 기병이었다. 책 제목에는 없지만 ‘말’도 잉카 정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에 딸랑이를 단 상태로 아타후알파를 기습한 스페인 기병은 말 위에서 칼이나 창으로 잉카인들을 공격했다. 딸랑이 소리도 위협을 주기 위함이었지만, 말위에서 칼, 즉 ‘쇠’로된 무기로 공격을 하니, 제대로 된 갑옷이 없는 잉카인들은 속수무책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원군을 청하기 위해 도망가는 잉카인을 향해 스페인 기병은 말을 타고 쫓아가서 칼이나 창으로 죽였다. 잉카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나무로 만든 몽둥이에다가 천으로 만든 갑옷 정도를 갖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총 균 쇠’를 가질 수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그 원인이 바로 ‘지리적 환경’때문이었다. 일단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생김새를 비교해보자.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긴 모양이고,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긴 모양이다. 바로 이 차이가 세계 역사를 바꿨다는 말이다. 유라시아 대륙이 동서로 길다는 말은 같은 위도의 지역이 많음을 의미한다. 위도가 비슷한 지역은 기온이나 일조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같은 작물을 비슷한 위도지역으로 옮겨 심어도 잘 자란다. 그러나 한 곳에서는 잘 자라던 식물도 위도가 달라지면 잘 자라지 않는다.
세계 4대 문명발생지(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황하, 인더스)에서 시작된 농업과 목축은 비슷한 위도 지역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농업이나 목축을 하자 인구는 급증했다. 잉여 농산물이 생기면서 농업 이외의 전문적인 일(군인, 사제 등)을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이후 이런 지역에서는 문자와 철기를 가지게 되고 대륙의 축이 남북방향인 아메리카는 이런 혜택을 입지 못했기에 피사로가 잉카를 침략할 때 이미 힘의 차이가 컸다. 지리적 환경 차이로 말미암아 세계는 불균형의 길을 걷게 되었다. 우연이 세계 역사를 바꾼 셈이다.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이 글 앞부분에 나오는 가브리엘 신부가 연주한 곡의 제목은 ‘가브리엘의 오보에’였다. 유명한 영화음악가인 엔리오 모리코네가 만든 곡이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다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 곡이 마음에 들어 가사를 붙여 노래로 부르고 싶어, 엔리오 모리코네에게 편지를 3년 동안 보낸다. 모리코네는 처음에 반대를 했다. 그러나 브라이트만은 두 달마다 편지를 계속 쓴다. 마침내 모리코네는 그녀의 요청에 승낙을 한다. 작사가 키아라 페르라우는 이 곡에 가사를 붙인다. 가사는 이탈리아어로 쓴다. 작곡자인 모리코네가 이탈리아 사람이어서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 노래가 바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1998년 처음 이 노래를 불렀다. 그러니 영화가 만들어진 후 12년이 지나서였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200만 카피가 팔렸다고 위키피디어 영문판에 소개되어 있다.
총을 든 사제
다시 영화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 포스터에 칼을 든 상태로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멘도사 신부(로버트 드니로 분)다. 원래 노예상이었던 그는 자신의 동생을 결투 끝에 죽인다. 형제가 결투를 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아내와 동생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다. 결투에서 죽였기에 벌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는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빠져 삶을 포기하려 한다. 이때 가브리엘 신부가 선교지로 같이 가자고 그를 설득한다. 과라니족이 사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과수 폭포를 올라가야하고 어려운 길이 펼쳐져 있지만, 세상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않은 멘도사는 칼과 갑옷 등 자신이 세속에 있을 때 사용했던 온갖 물건을 가지고 간다. 이 무거운 짐을 끌고 가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마침내 그의 몸과 짐 사이에 밧줄을 끊어버리자, 그는 가벼운 몸이 되고, 세속 세계와의 단절이 시작된다. 노예상 출신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과라니족을 사랑하게 되고, 선교에 최선을 다한다.
칼을 들고 있는 신부 멘도사(로버트 드니로 분)
필딩 신부(리암 니슨 분)
과라니족은 평화적인 부족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를 잘 만들기도 해서, 이 바이올린은 유럽에서 팔리기도 했다. 그런데 과라니족 마을이 포르투갈의 영토가 된다. 포르투갈은 과라니족에게 마을 떠나라고 요구한다.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이었던 그곳을 떠나라는 말은 과라니족에게는 가혹한 요구였다. 그 요구를 거부하자 포르투갈 군대가 이곳으로 온다.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신부는 이 상황에서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가브리엘 신부는 비폭력 저항을 한다. 그는 큰 십자가를 든 채 포르투갈 군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멘도사 신부와 필딩 신부는 총을 들고 포르투갈의 침입에 맞서 싸운다. 영화는 관객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사제가 민중을 위해서 총을 들 수 있는지의 여부를 말이다. 필딩 신부는 리암 니슨이 연기했다. 영화 <테이큰>에서 일당백의 용사로 나와 납치된 딸을 구출하는 그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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