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며 본성을 일으키고, 예절로써 사람 노릇을 하고, 음악으로 인격을 완성한다.”(興於詩立於禮成於樂)
성인(聖人) 공자는 삶에서 음악을 최고로 쳤습니다. 1770년 지난 12월 17일 그 음악의 세계에서 최고의 인물, 악성(樂聖) 베토벤이 태어난 날입니다.
우리는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 난청을 극복하고 명곡들’을 작곡한 점에 찬사를 보내지만, 베토벤이 왜 난청이 됐는지는 잘 모릅니다. 여러 자료를 종합해서 분석하면 술이 원흉일 가능성이 큽니다. 26세 때 감기 끝무렵에 중이염이 왔고 술 때문에 이 병이 악화돼 난청이 온 것이지요.
베토벤은 22세 때 하이든의 제자가 돼 빈에서 생활하면서 사교계에 발을 딛습니다. 그리고 야금야금 술에 중독됩니다. 베토벤이 알코올중독에 빠진 것에는 어릴 적의 경험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궁중악단의 테너 가수였던 아버지는 아내를 병으로 잃고 술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는 저녁 문뱃내를 풍기면서 귀가해 아들을 구타하며 피아노를 치게 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베토벤처럼 어릴 적에 부모의 음주습관에 노출된 사람은 나중에 술독에 빠지기 쉽습니다.
베토벤은 식사 때마다 와인 1병씩을 마셨으며 소화불량과 만성설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51세 때 황달이 시작됐고,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성한 다음해인 55세 때 코피를 쏟고 피를 토했다고 합니다. 식도정맥이 높은 압력 때문에 터진 ‘식도정맥류’ 탓일 겁니다.
그는 이듬해 복수가 차서 바늘을 찔러 물을 빼는 ‘천자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827년 3월 4일부터 간성혼수가 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됐습니다. 20일 뒤 침대 옆의 노트에 ‘친구여! 갈채를, 희극은 끝났다’고 쓰고 다시 정신을 놓고는 이틀 뒤 세상을 떠납니다. 베토벤의 시신을 부검했더니 간은 절반으로 쪼그라져 가죽처럼 굳어있었고 이자는 크고 딱딱해져 있었습니다. 간경변증에 만성췌장염까지 온 것이죠.
우리말로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고주망태,’ 늘 대중 없이 술을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부릅니다. 베토벤은 모주망태여서 괴롭게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베토벤이 술을 자제했더라면, 인류에게 교향곡 10번, 11번을 선사할 수도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