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그는 창가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은 물뿌리개 하나, 그의 손에 들려 있어요.
그는 지붕 위의 철학자.
작은 다락방을 집 삼아 살아가는 멋쟁이 신사입니다.
그의 창가까지 가지를 뻗은 초록 이파리들에
그는 매일 아침 맑은 물세레를 줍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그의 관심.
비가 오는 날에도 그는 물끄러미
빗물을 바라보며 창가를 떠나지 못 합니다
때론 작은 촛불 하나 벗 삼아
어둠에 쌓인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 합니다.
아, 그러나 알아채고 말았어요,
그가 매일 아침 창가에 서는 이유를,
그의 시선이 달려 가는 곳이 어딘지를 알고 말았어요.
이웃집 키 작은 다락방,
그 안엔 곱디 고운 여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부드러운 매너로 누구에게나 웃음짓는 그의 표정에
떠가는 구름처럼 다채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그녀.
양지바른 창가에 앉아 흰 수건에 수를 놓는 여인이여,
고개를 들어 보세요.
지붕위의 철학자, 그의 수줍은 사랑을 만나 보세요.
매일 아침 당신을 향하고 있는 저 눈빛을 받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