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스트라빈스키
얀 쿠넹의 프랑스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2009) 도입부는 1913년 5월 파리의 상젤리제 극장에서 있었던 스트라빈스키 작곡, 니진스키 안무의 발레 ‘봄의 제전’ 초연 현장을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너무나 거칠고 생경한 스타일의 음악, 원시부족의 야만적 제례를 묘사한 그로테스크한 춤 때문에 객석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까지 벌어져 급기야 경찰이 출동해야 했다. 그럼에도 공연은 끝까지 갔다니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 곡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러시아 무용단인 ‘발레 뤼스’의 작곡가로 초기 경력을 시작한 젊은 날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자신의 환상을 표현한 것이다. 얼었던 땅에 봄이 돌아온 것을 감격해하는 원시부족이 대지의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이 전반부요, 후반부는 태양의 신에게도 제사 지내기 위해 부족 중에 젊은 여인을 선택하여 제물로 바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부담스러울 인신공양의 제의를 다루었을 뿐 아니라 그 압도적인 리듬감과 귀를 째는 강력한 음향은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봄의 따스함을 느낄 만한 곡은 전혀 아니다.
초연에서 너무 큰 소동이 일어났기 때문에 스트라빈스키는 실패의 원인을 니진스키의 안무 탓으로 돌렸다. 또한 관현악만의 연주로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단히 독창적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니진스키의 안무는 무대와 의상, 약간의 포즈를 담은 사진 몇 장만 남고 사라지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오리지널 안무가 사라지는 바람에 혁신적인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중에는 모리스 베자르, 피나 바우쉬, 우베 숄츠를 위시한 성공적 사례도 많다. 지금은 니진스키의 작업을 그럴 듯하게 복원한 안무로도 공연되곤 하지만 원형이 고정되지 않은 덕분에 후대 안무가들의 창작 욕구는 여전히 불타는 것 같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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