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하나의 작은 꽃에 지나지 않지만
국화를 피우기 위해 모든 것들의 인연과 기다림이 있다는 사실은
생명의 신비로움에 대한 감탄과 경외함을 표현했를 것이다.
詩처럼 '극복의 과정' 을 슬기롭게 사유했기 때문이리라~
노력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서양속담처럼 말이다.
그 국화 옆에서 오늘 나도 삶을 사유한다.
집 근처의 작은 공원 자연마당에서
아기자기하게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뭐 그리 크게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더 좋은 곳으로 가을나들이를 한 탓인지
사람의 발길이 뜸해 한가롭게 꽃을 구경 할 수 있었다.
색도 가지가지 모양도 가지가지 ...
푸른 가을 하늘과 꽃 향기가 어우러진 즐거운시간.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