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아주 오랫만에
신발 한번 신어보지 않고 종일 집에 있었다.
어제는 햇살 좋은 봄 날이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오늘 날씨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고야 말것 같은
회색빛 하루였다.
지금..
전국은 겨울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데...
눈도..
비도..
오지않는 겨울날..
그래도 ..
아파트 정원엔 어느새 목련꽃 몽우리가 져있다.
종일 집에 있다보니
괜히 주방에 들락 거리게 되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고구마도 먹고..
치즈도 먹고..
딸기도 먹고..
요플레도 먹고..
티비를 틀다가 ..
컴앞에 앉았다가..
누웟다가..어느새 잠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할일이 없어서야..
괜히 뭔가를 정리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장농문을 열다...
서랍장을 열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속옷들..
옷걸이에 걸려 선택 되어지기를 기다리는 옷...
참..
옷도 많다.
겨울동안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것들도 많다.
좋은 옷은 아니지만..그래도
그 가지수가 많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낭비한 것 같아..
어느새
일몰이다.
어두운 방안 컴앞에 앉아 희미한 불빛아래 자판을 두둘기는
내 발아래..
강아지가 사뿐이 다가와 서 있다.
얼른 안아 무릎에 올리니 무릎에 앉아 졸고 있다.
..
"지금 이순간
가슴 떨리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않된다"
라는 글귀가 뇌리를 스친다.
그런데..
난..
내 인생은 하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