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이라는 이름의 좆
김민정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일지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쨋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아, 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고!
이 지극한 공평, 이 아찔한 안도)
섹스를 나눈 뒤
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에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이,
두 쪽의 불알이,
어머 착해
-<문학과 사회> 2008년 여름호-
김민정: 1976년 인천출생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가 있음
@젖과 좆의 관계라‥‥
이 두 신체부위는 인류의 종족 번식에 대하여, 또한 가족을 구성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힘의 원천 즉 가장 성스런 도구이다.
여성의 돌출된 ‘젖’의 ‘ㅓ’를 옆으로 누이면 남자들의 돌출된 좆을 연상시키는 ‘ㅗ’가 된다.
참으로 시인의 발상이 발랄하고 재치가 넘친다. (어쨌거나‥‥‥공통점)으로
묘사되는 시의 중반부가 자칫 외설로 보일 수 있지만, 시의 중후반부의 표현이
인간의 본능적인 삶의 의식과 가장 성스러운 생명의식이 내재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양육과 종족 번식의 두 기관이 없다는 것을 가장했을 때 과연 인류가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따라서 너와 나로 표현되는 젖과 좆은 지극히
공평한 관계이므로 서로 과시하면 안 되는 시적 가르침이, 가장 외설적인 언어가,
위대한 시의 언어로 되살아남을 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결구 “어머 착해”라는
표현이 진솔하고 거부감 없이 다가오며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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