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긴감동

젖이라는 이름의....

藝友 2011. 2. 3. 17:52

젖이라는 이름의 좆

                                        김민정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일지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쨋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아, 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고!

이 지극한 공평, 이 아찔한 안도)

 

섹스를 나눈 뒤

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에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이,

두 쪽의 불알이,

 

어머 착해

 

 

-<문학과 사회> 2008년 여름호-

김민정: 1976년 인천출생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가 있음

 

 

 

 

@젖과 좆의 관계라‥‥

이 두 신체부위는 인류의 종족 번식에 대하여, 또한 가족을 구성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힘의 원천 즉 가장 성스런 도구이다.

여성의 돌출된 ‘젖’의 ‘ㅓ’를 옆으로 누이면 남자들의 돌출된 좆을 연상시키는 ‘ㅗ’가 된다.

참으로 시인의 발상이 발랄하고 재치가 넘친다. (어쨌거나‥‥‥공통점)으로

묘사되는 시의 중반부가 자칫 외설로 보일 수 있지만, 시의 중후반부의 표현이

인간의 본능적인 삶의 의식과 가장 성스러운 생명의식이 내재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양육과 종족 번식의 두 기관이 없다는 것을 가장했을 때 과연 인류가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따라서 너와 나로 표현되는 젖과 좆은 지극히

공평한 관계이므로 서로 과시하면 안 되는 시적 가르침이, 가장 외설적인 언어가,

위대한 시의 언어로 되살아남을 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결구 “어머 착해”라는

표현이 진솔하고 거부감 없이 다가오며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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