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보온대책 '발바닥'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강아지가 발이 시려 눈밭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건 아닙니다. 설원을 힘차게 달리는 개들을 상상해보시죠. 그 친구들은 그렇게 차가운 눈을 밟고 꽁꽁 언 땅을 뛰면서도 추운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발바닥이 '보온작용'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강아지의 발바닥은 도톰한 검은색 패드로 돼 있습니다. 만져보면 조금 딱딱한 스펀지 같기도 하죠. 이런 개의 발바닥은 두터운 지방층으로 돼 있습니다. 이 지방은 뛸 때 받는 충격을 흡수한 완충 역할을 함과 동시에 몸의 열을 빼앗기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부학적으로 개의 발바닥에 분포한 혈관들은 마치 실타래를 틀고 있는 것처럼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이 혈관 뭉치들은 현미경으로 좀 더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정맥을 굵은 동맥이 감싸는 형태로 돼 있습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따뜻한 동맥이 차가워진 정맥을 데워주면서 발바닥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따뜻한 물이 흐르는 보일러 배관이 발바닥까지 내려와 체온을 유지해주는 것이죠. 그러니, 추운 겨울에도 잘 견딜 수 있는 것이죠. 이런 '특수 열 교환 시스템'은 비단 개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북극곰, 펭귄같이 추운 극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발바닥에 이런 '열 교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이겠죠.
움직임에 민감한 '강아지의 눈'
그럼, 왜 개들은 눈이 오면 뛰어다니며 좋아할까요? 정답은 바로 강아지의 '시력'에 있습니다. 개들은 기본적으로 '색맹'입니다. 녹색과 검은 회색은 일부 알아본다고 하지만, 인식 수준이 매우 낮아 '색맹'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래서 눈 오는 날, 개들이 눈에는 세상이 온통 검은색과 흰색의 흑백사진처럼 보입니다. 강아지들에게도 매우 낯설고 이채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이죠.
또, 개들은 근시라서 먼 곳의 물체를 잘 식별하지 못하지만, '움직임'에는 대단히 민감합니다. 해가 가려져 어둡고 우중충한 날씨에 눈이 내리면, 어두운 배경에 새하얀 눈송이가 불똥처럼 흩날리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개들에겐 매우 자극적인 풍경이 되는 것이죠. 결국, 강아지는 눈 그 자체보다, 눈이 올 때의 세상 풍경이 신기하기 때문에 좋아서 날뛴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게 분명 겨울은 여러모로 힘든 계절입니다. 하지만, 또 돌아보면 우리 모두에겐 코끝이 빨갛게 되는 혹한에도, 추운 줄도 모르고 밖에서 뛰어 신 나게 뛰어놀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건 겨울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드리는 자세에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계절이지만, 강아지들은 따뜻한 발바닥과 독특한(?) 시력으로 겨울을 견뎌나갑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이 혹독한 겨울을 버틸 어떤 무장의 무기가 갖고 계신가요? 저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면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책을 한 권을 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겨울을 잘 즐겁게 이겨나갈 '비장의 무기'를 하나씩 만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강아지처럼 즐겁게 뛰어다닐 수 있는 그런 겨울을 기대합니다.
'펌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강자전거길 따라 경춘선 추억 '새록새록' (0) | 2013.02.03 |
---|---|
형사들이 말하는 ‘범죄 예방 10계명’ (0) | 2013.01.27 |
자녀들이 가장 듣기 싫어 하는 말 (0) | 2013.01.06 |
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 (0) | 2012.12.14 |
암을 막으려면 (0) | 2012.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