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머리와 내 몸매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굉장하지 않을까요?”
“거꾸로 내 육체와 당신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할지 생각해 보셨나요?”
버나드 쇼에 의해 한 순간에 ‘저능’으로 낙인찍힌 여성은 아시다시피 이사도라 던컨이지요. 1877년 오늘은 ‘맨발의 여신,’ 던컨이 태어난 날이고요. 쇼보다 21년 연하인 그녀가 글쎄요, 구애를 했을까요? 던컨은 미국 ‘자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부모의 이혼으로 경제적으로 굴곡진 삶을 삽니다. 집에서 음악과 독서를 가까이했으며 학교는 10세 때 그만 둡니다. 그녀는 걱정거리가 쌓이면 해변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춤은 영혼과 정신으로 추는 것이지 기교로 추는 것이 아니다”면서 전통 발레의 코르셋과 토슈즈를 벗어 던지고 그리스 옷에 맨발로 춤을 추었습니다. 미국에서 데뷔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고, 영국 런던에서 달밤에 춤을 추다가 유명 여배우의 눈에 띄어 사교계에 소개됐다고 합니다. 유럽 전역에서 시쳇말로 ‘인기 스타’가 됐습니다. 던컨은 모든 것이 자유로웠습니다. 연애도 그랬지요. 딸과 아들의 아버지는 다릅니다. 1000명 이상과 잤다는 이야기까지 있지요. 이런 점 때문에 쇼의 조롱거리가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연애와 모성애는 별개인 모양입니다. 던컨이 프랑스에서 머물 때 딸과 아들을 태운 승용차가 세느강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던컨은 한 동안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세느 강변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가 러시아로 향합니다. 던컨은 그곳에서 17세 연하의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데, 죽은 둘째와 너무 닮아서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닮은 새 연인은 수시로 던컨을 폭행하다가 자살해버립니다. 그리고 얼마 뒤 유명한 ‘스카프의 죽음’을 맞게 되지요. 50세 때였지요.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 니스에서 붉은 비단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스포츠카 부가티를 탔습니다. 그 스카프의 한쪽 끝이 차 밖으로 흘러나가 스카프가 바퀴에 걸려나가 뒷바퀴 아래에 깔린 줄을 모른 채. 차가 출발하자 바퀴 둘레에 감긴 스카프가 당겨지고 던킨은 승용차 좌석에서 튕겨져 나가 도로 위에서 질질 끌려가다 질식사했지요. 던컨은 근대 무용을 연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고향 미국에서 배척받았지만 유럽에서 명성을 날렸지요. 무용학교도 여럿 세웠고 여권의 신장에도 기여했지요. 자유롭게 싸워나간 삶은 굵은 선으로 남아있지요. 비록 커다란 불운이 연거푸 찾아왔고, 그 불운을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비극적 죽음을 맞았지만 그 삶이 헛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어차피 대부분의 죽음은 슬픈 종말이니까요. 행복하고 보람된 삶은 어떤 삶일까요? |
'펌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별 (0) | 2014.08.06 |
---|---|
인천 서구를 탐하다 (0) | 2014.07.15 |
이기심 vs 건강한 자기애 (0) | 2014.03.17 |
칼릴지브란 (0) | 2014.02.26 |
커피감별사 (0) | 2014.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