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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아폴론과 다프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다프네>중 파이널 신

藝友 2016. 10. 4. 02:17

- 신화 이야기 -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보면 신이 사랑한 인간이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나무로 변신하는 이야기가 여러편 실려있지요.

아폴론과 다프네 이야기 역시 신의 사랑을 받은 한 처녀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월계수 나무로 변한 슬픈 이야기입니다.



 

 

Apollo and Daphne

Gian Lorenzo Bernini (1598-1680)

Marble, 1622-1625, 243 x 00 cm

Galleria Borghese, Rome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

대리석 조각

로마, 보르게제 갤러리아.

아폴론이 델포이로 올라가 사람들을 위협하던 왕뱀 퓌톤을 죽인 일을

신화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직후, 활쏨씨를 뻐기고 다닐 즈음의 일입니다.

사랑의 꼬마 신 에로스가 한뼘도 안되는 활에다 시위를 매고 다니면서

때론 사고를 치는있는 모습이

아폴론에게는 아마도 가소롭게도 보였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느 날 그는 에로스에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꼬마야, 무기는 무사들이나 쓰는 것이다.

활은 나같은 무사에게나 어울린다.

너는 사랑의 불을 잘 지른다니까 횃불이나 들고 다니는 게 어울리겠다.”

에로스가 발끈하면서 응수합니다.

“당신의 화살이 왕뱀을 쏘아맞혔다면 내 화살은 당신을 맞힐 것입니다.”

에로스는 이러면서 화살 통에서 쓰임새가 다른 두 개의 화살을 뽑았습니다.

하나는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도록 하는 예리한 금 화살,

또 하나는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겨 도망치게 만드는 뭉툭한 납 화살이었습니다.

에로스는, 아폴론에게는 금화살을 날리고,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에게는 납화살을 날렸습니다.


이제 아폴론은 어떤 여성이든 그 여성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다프네는 반대로 어떤 남성이든 그 남성을 보는 순간

넌더리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인류사를 눈물로 적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에로스의 농간으로 시작된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아폴론이 처음 만난 여성은 다프네, 다프네가 처음 만난 남성은 아폴론이었습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지요.

아폴론은 다프네를 보는 순간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다프네를 보는 순간 아폴론의 가슴은, 타작마당에서 검불을 태우는 불길처럼 타올랐습니다.

밤길 가던 나그네가 버린 횃불이 잘 마른 울타리를 태우듯이 그렇게 타올랐습니다.


그러나 다프네에게는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다프네는 다가오는 아폴론에게 견딜 수 없는 역겨움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바람보다 빠르게 달아났습니다.

아폴론이 따라가면서 하소연했지만 다프네는 걸음을 멈추지도,

하소연을 들어주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프네여, 달아나지 말아요. 비록 그대를 이렇게 쫓고 있기는 하나

나는 농사나 짓는 농투성이도, 가축이나 먹이는 양치기도 아니오.

나는 저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의 아들이오.

나는 미래를 꿰뚫어 보는 무신(巫神)이자, 수금(竪琴)을 잘 타는 악신(樂神)이오.

나는 활쏘기의 명수이나, 솜씨가 나보다 나은 자가 있어서

내 가슴에다 치유할 길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소.

나는 의신(醫神)이오만, 이 사랑병을 고칠 약초는 없으니 이 일을 어쩌리요.”

다프네는 달아났지만 연약한 처녀의 발이

명궁 아폴론의 발보다 빠를 수는 없었습니다.

아폴론은, 숨결이 다프네의 목에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다프네는 힘이 다했는지 더 이상 달아나지 못했습니다.

이내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합니다.

지친 다프네는 아버지 페네이오스 강의 강물을 내려다보며 외칩니다.

“아버지, 저를 도와주세요.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거두어 주세요.”

다프네는 기도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정체모를 피로를 느끼면서 굳어져 갔다.

다프네의 그 부드럽던 젖가슴 위로 얇은 나무껍질이 덮이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힘있게 달리던 다리는 뿌리가 되고,

얼굴과 머리카락은 우듬지가 되었습니다.

곧 다프네의 모습은 나무껍질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다프네가 나무로 몸을 바꾸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무 둥치에 손을 댄 아폴론은 수피 아래서

콩닥거리는 다프네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월계수 가지를 다프네의 사지인 듯이 끌어안고

나무에 입술을 갖다 대었습니다.

나무가 되었는데도 다프네는 이 입맞춤에 몸을 웅크렸습니다.


아폴론이 속삭였습니다.

“내 아내가 될 수 없게 된 그대여, 대신 내 나무가 되었구나.

이제 내 머리에는 월계관이 오르고,

내 수금, 내 화살통에 그대의 가지가 꽂히리라.”

그러자 월계수는 가지를 앞으로 구부리고,

고개를 끄덕이듯이 잎을 흔들었습니다.



 

 

Apollo and Daphne

Theodore Chasseriau (1819-1856)

1845, Oil on canvas

Public collection



테오도르 샤세리오

캔버스에 유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아폴론 이전 시대의 운동 경기 승리자들은

참나무가지 관을 머리에 쓰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아폴론 신앙이 대두되면서 이 참나무 관은

월계수 관, 즉 월계관으로 바뀝니다.

마라톤 우승자가 머리에 쓰는 월계관은

나무가 아니라 처녀 다프네의 손가락입니다.

그리스신화에는 나무로 몸을 바꾼 사람 이야기가 무수히 등장한다.

그런 신화를 몸과 마음으로 익힌 그들에게

나무와 사람은 둘이 아니라 하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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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TRAUSS DAPHNE FINAL SCENE


위 영상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다프네》중에서
마지막 10분 여의 장면이다. 신화를 소재로 한
오페라이지만 다소 각색을 하여 내용이 조금은 다르다.
그러나 소개된 신화를 연상하며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 오페라의 내용 -

땅의 여신과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는

자연의 아이로서 양치기들의 비속한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한여름 축제를 멀리한다.

그녀가 한 낯선 남자(변장을 한 아폴로)에게 이끌리자

질투심에 찬 그녀의 유년시절 친구인 레우키포스는

아폴로에게 반항하다가 살해된다.

아폴로는 자신의 힘을 남용한 것을 후회하고,

다프네를 항상 곁에 두고자 주피터에게 부탁해

그녀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한다.

그리하여 월계수관은 아폴로를 상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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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는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적 원칙 사이의 상징적 대립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작품 성격이 가벼우며, 폭발적 관현악 연주로 대변되는 이전 곡들과는 다른 성향을 띤다.

슈트라우스는 목관 악기를 자주 사용해 곡의 전원적 분위기를 살린다.

목관 악기의 쓰임과 동등한 위치를 부여하기 위해 주인공의 목소리의 구상에는

기악적 요소가 쓰였으며, 특히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장면에서

인간의 음성이 악기의 음향으로 점차 전환되는 장면의 효과는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