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진단 뒤 아내와 마지막 여행 떠난 공무원
인생 덧없음과 아름다움…“사랑에 열성 다해야”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의문을 던진다.
혹시 현실에서 잊고 있는 것은 없는가.
일상 속에 숨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영화의 플롯은 평범하다.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리고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인 루디(엘마어 베퍼)가 말기암 판정을 받자,
평생 남편에게 헌신해 왔던 부인 트루디(하넬로레 엘스너)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자식들에게는 비밀에 부치기로 한다.
그리고 둘만의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고 베를린에 사는 두 자녀를 방문한다.
그렇지만 안락한 삶을 사는 자식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모가 반갑지 않다.
노부부는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발트해로 여행을 떠난다.
바닷가를 거닐다 춥다고 하는 루디를 위해 트루디는 기꺼이 자기 스웨터를 입혀줄 정도로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곳에서 먼저 죽어야 할 남편보다 아내가 저세상으로 떠나고 만다.
정신적 공황에 빠진 루디는 원래 아내가 젊은 시절 일본의 부토춤 무용가가 되고 싶어 했으나
자신의 뒷바라지 때문에 꿈을 접은 사실을 알게 된다.
루디는 마침내 아들이 사는 도쿄를 방문한다.
그리고 벚꽃 잎 휘날리는 어느 공원에서 부토춤을 추는 떠돌이 소녀 유(이리즈키 아야)를 알게 된다.
영화는 미안함과 덧없음이 절묘하게 중첩된다. 미안함은 남편의 몫이다.
갑작스레 아내가 떠나고 나서야 루디는 한결같이 자기 옆을 지켜줬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스커트, 목걸이 등 아내의 남은 흔적들과 함께 떠난 낯선 도시 속에서 루디는 가슴으로 트루디를 만나며
생전 어느 때보다도 큰 내적 대화를 하게 된다.
이런 대화가 “살아 있을 때 함께 나누었던 어떤 대화보다도 더 강렬했을 것”
덧없음은 일본 현대춤 부토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출된다.
‘그림자의 무용’이라고 알려진 부토는 명상적 우아함과 기괴함 사이를 오가는 무용극으로,
빛과 그림자, 탄생과 죽음, 존재와 사라짐을 묘사한다.
루디는 부토를 배운 뒤, 아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후지산 앞에서 아내의 영혼과 부토춤으로 호흡을 맞춘다.
미안함과 덧없음의 상징을 통해 <사랑 후에…>는 진정한 사랑을 얘기한다.
“사랑에 대해서 사람들은 열성을 다해야 하고, 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피어났을 때는 음미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일러준다.
아름다운 영화 한편....
나를,삶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