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나비부인>을 일본의 것으로 생각하고 무대에서 일본의 냄새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비부인>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터에 나온 군인이 거기서 만난 여자와 사랑하다가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는 설정은 어디서나 있어온
원형적인 이야기다. 배경은 파월 한국군과 베트남 처녀가 있는 베트남일 수 있고, 미군 병사와 한국 접대부가
있는 한반도일 수도 있다. 전쟁이 있는 한 오래전 부터 있어 온 이야기고 지금도 진행중인 드라마다.
이런 이야기는 유럽에도 아메리카 대륙에도 있다.
초점은 여성을 버리는 남자와 그를 기다리는 여성, 두 사람의 내면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다른 작품들과 당당히 겨루어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감동적인 내용과 뛰어난 근대적 음악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지 않던가.
푸치니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아리아의 선율이 관현악의 색체가 극한의 미학을 보여주는 걸작이며
또한 버려진 여인의 이야기란 내용은 굳이 나가사키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이다.
이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호기심이 강해 새로운 문물에 관심이 높아 외국이 가진 이국적 취향에
사로잡힌 세련된 인물이며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는 세계적으로 오페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 여인의 일편단심을 그린 이 오페라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음악이다.
다른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근대적인 화성과 두터운 관현악을 보여주는 <나비부인>의 음악은
세련되고 감미로우며 유장하다.
너무나 잘 알려진 아리아<어떤 갠 날>은 떠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처철하게 표현되어 있다.
어제 <나비부인>의 공연을 감상한 나는 초초상 역을 부르는 프리마 돈나가 15세의 게이샤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고 몸집이 커서 극에 몰입이 되지 않았지만 오페라<나비부인>은 여가수의 비중이 아주 큰 역이다.
소프라노는 거의 공연 내내 무대에서 노래를 해야 하며, 아주 극적이고 어려운 노래를 불러야 하는 힘든 역할이었다.
상대적으로 핑커튼의 역할은 미미했다. 그의 독창은 도입부와 마지막에 작은 아리아 하나씩 있을 뿐이다.
초초상의 역은 그래서 아무 소프라노나 할 수 있는 역이 아닐 것 같다. 기량과 파워를 갖춰야만 가능한...~
소프라노가 초초상을 부를 만한 능력과 경력을 쌓을려면 적잖은 세월을 필요로 할 텐데.
나비부인의 노래는 무거운 목소리를 내야 하는 리릭 소프라노에서 드라마틱 소프라노 사이의 범주에 있는
여성이 불러야 어울리는데 현실에서 15세 소녀와 같은 가수를 찾기엔 무척 어려울 것같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몸집이 크더라도 일단 음악에 빠져드니 그런 선입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오페라의 음악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연기도 good!
그동안 알고 있었던 오페라 <나비부인>이 확실하게 각인된 시간, 멋진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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