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 날씨 앞에 서 있다.
쌀쌀함을 만질 수 있는 요즈음을 위한, 따뜻하거나 혹은 따뜻하지 않은 클래식을 모아 봤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는 우울을 벗삼아 음악을 만들었다.
그는 확실히 우울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었고 우울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법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피아노 트리오 1번'은 라흐마니노프 젊은 날의 기억을 담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이 단악장 작품에서 라흐마니노프는 나른한 절망 같은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마치 요즈음의 날씨 같은 음악을 말이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라흐마니노프와는 다르게 <가브리엘 포레> 의 음악에는
가까이 하기 편한 친밀함이 흐른다. 그의 '돌리 모음곡'이 그렇다.
이 작품을 듣고 있노라면 "아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그것도 매번 말이다
.
"동물의 사육제". 어디선가 <카미유 생상스>가 이 작품을 부끄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향곡 같은 진지한 작품을 써야 인정 받는 세상에서 무슨 동물들만 잔뜩 등장시킨 작품이 인정 받을리는 만무했겠지.
하지만 생상스가 음악으로 표현해낸 동물들의 모습은 그리 우스운 것이 아니다.
'수족관'은 "동물의 사육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이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어딘가로 빨려들 것만 같다.
가장 유명한 '백조'도 슬쩍 끼워본다. ~
<안토닌 드보르자크> 는 출판업자 프리츠 짐로크의 제안으로 춤곡집을 썼다.
이 짐로크라는 사람은 브람스의 작품도 맡아 출판하던 업자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대성공을 거두자
이쪽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드보르자크에게도 비슷한 컨셉의 모음곡집을 의뢰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모음곡집인 "Op.46"은 그야말로 대박! 작품은 불티나듯 팔려 나갔고
드보르자크의 이름은 전 유럽에 알려지게 됐다.
후속작인 "Op.72"는 1집의 대단한 성공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흥행을 기록했지만
작품 자체는 전작보다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2번 춤곡을 감상해봅시다. 순식간에 무곡의 분위기에 젖어 들 수 있다.
<클로드 드뷔시> 는 세상 모든 것에 불만이 많았지만 프레드릭 쇼팽의 피아노 음악만큼은 이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드뷔시는 쇼팽이 피아노로 한 것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부여해
그만의 피아노 작품을 만들었다. 베르카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은 그의 성취를 잘 들려주는 작품.
쇼팽이 야상곡을 발전시켜 그만의 멜랑콜리를 만들어냈다면 드뷔시는 거기에 눈으로 보이는듯한 효과를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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