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友 이야기

독백 104

藝友 2019. 7. 11. 22:33

 


< 2019. 5. 22 스위스 가던 열차안에서 바라본 여름풍경 >



같은 때,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식사하고 더불어 이야기 했는데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데 어떤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렇게 지난 일을 기억하거나 되돌려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력이 좋다든지 기억력이 안좋다 말하면서 

기억력은 곧 머리가 좋다 안좋다는 말로 직결시키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 말이 옳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한 번 들은 음악의 멜로디를 오래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슬쩍 보고 지나간 사진이나 그림 풍경을 꽤 정확하게 기억해서 묘사하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은 우연히 만났던 사람을 한참 지난 후에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본다.

그러나 음악의 멜로디를 기억하고, 그림이나 풍경을 잘 설명하고, 만났던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틀림없이 기억하는 등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멜로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음악가가 되었다면 좋을 것이며,

그림을 잘 보는 사람은 미술가나 건축가가 되었으면 좋을 것이다.


사람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또 그에 걸맞는 일을 했더라면 뭔가 더욱 크게 이루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잘 기억한다는 것이 전적으로 머리가 좋다 좋지않다로 말 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뇌<brain> 의 모양과 구조가 다 다르고 각양각색이듯이

자신이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각자의 腦속 기억하는 素子<chip>에 새겨지는<刻印되는> 깊이와 너비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바위에 그려놓은 巖刻畵와 나무 등걸에 새겨놓은 그림의 보존기간이 다르듯이 말이다.


어떤 사물과 어떤 상황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경험한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이라 함은 配慮이며 精誠이며 愛情이다.

여러 상황과 事物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정겨운 눈길이며 포근한 마음씨다. 

극진한 자기 사랑이며 자부심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퍽 오래 전의 이야기를 소상히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중에는

응어리 진 미움이 남아있는 경우는 별로 많지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운 마음들 조차 애틋함이나 그리움으로 바뀌는 造化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대부분 정겨운 추억의 그림자가 묻어있다.

나와 친구들의 경우 모두 아무리 손사래를 친다해도 앞으로 남은 생애의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훨씬 짧은 것이 사실이다.


지나온 세월에서 재미있었고 가슴 뛰었던 추억을 자주 생각해 내고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과 마주 앉아서 자주 옛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히 눈빛이 반짝거리고 적잖게 스트레스가 풀리며  

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 되리라고 장담한다.


추억의 앨범을 들춰 옛 일, 옛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아니다.

지난 날 내가 애틋함을 쏟았던 배려와 사랑의 증거이며 카타르시스다.

오랫동안 닳지 않을 아주 또렷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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