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友 이야기

세상이 좋아진건지 놀라운 일인지

藝友 2020. 10. 3. 19:20

 

 

市에 살았지만 동네에서 몇 안 되는 귀한 전화가 우리 집에도 있었다.

"누구네 전화 왔다고 와서 전화받으라고 해라" ~ 엄마의 심부름을 안고

부리나케 달려 "전화 왔어요! 와서 전화받으세요~"를 외쳤던 나의 여중시절...

 

전신전화국에다 전화를 신청해도 얼마동안 기다려야

집에 전화를 설치 해주던 신혼시절...

114 안내양을 통해 시외전화를 신청하고 기다리다 연결해 주면 전화를 받곤 했던 때,

 

문명의 발전으로 삐삐가 생겨나고 남자들은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삐삐,

나는 운 좋게도 남편의 배려로 뭐든 첨단을 걷는다.

내 핸드백 속에서 삐삐에 전번이 찍히면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

삐삐가 생겨서 꼼짝없이 행선지를 알려야 했던 때가 내 나이 39이었나?.

 

그 후 무전기같이 크고 묵직했던 핸드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기지국이 몇 안되던 때 산행을 하다가 혹은 어느 지역에 가서 전화를 하려면

불통일 때가 다반사였다.

앞 번호가 016, 017, 019를 지나 011 2,3G 폰을 사용하다가 LTE폰으로...

일명 스마트폰을 여러 번 바꾸고 나니 그저 놀라운 일이 생기고 있다.

 

진정 놀라운 일이다.

미래가 얼마나 투명해질른지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CCTV와 곳곳에 설치된 보이지 않는 덫과 올무에

숨을 곳도 달아날 곳도 없는 지경이 고 말았다.

 

세상이 좋아져서 외출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데

특정 시간에 어떤 지역을 다녀간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나 클럽에 가지 않았더라도,

그 지역을 통과하면서 전화를 걸거나 받은 사실이 없어도

그냥 지나가기만 했다 하더라도 개인 전화번호가 모두 드러난다는 말이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아닌지는 거짓으로 말할 수 없다는 말인데

전화기와 떨어져서는 잠시도 생활할 수 없는 요즘 사람이 어떤 사건과 연관되어 알리바이를

세울 때 거짓인지 참인지를 즉각 가려낼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무심코 하는 전화가 녹음이 되고 일거수일투족이 나도 모르게 사진에 찍힐 수 있는 요즘 환경이다.

나도 어딘가에 항의 전화를 해야 될 상황이 생기면 녹음 버턴을 누르고 시작한다.

또한 문자를 주고받을 때 내가 사용해야 할 문제점이 있는 문자는

지우지 않고 보관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집을 나서면서 줄곧 CCTV 가 졸졸 따라다니는 걸 의식하려 하니

정말 '세상 좋아졌다'라고 말하겠는가 말이다.

사람이 알게 모르게 모두 감시되고 있다 해서 그만큼 세상이 깨끗해졌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어떤 환경이 좋다거나 좋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의 낡은 film을 되돌려 보는 듯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뒷모습이 멋진 어느 여인네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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