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友 이야기

독백 105

藝友 2020. 10. 31. 00:09

 

< 2020.10.30 인천대공원에서 >

 

요즘,

동작은 굼뜨고 손끝은 여물지 못한 것을 느끼는데도

뭔가 해볼 만한 일이 없는지 늘 두리번거린다.

누구라도 세상살이를 회계장부 마감하듯이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낼 수 없는 일이다.

곳곳에 널려있는 것이 내가 저질러 놓고 마무리하지 못한 것들로 질펀하니

한 두 가지쯤 더 벌려 놓는다 해서 크게 난삽해 보일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새로 시도해서 작은 것이라도 끝맺음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하다가 말면 그 역시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고집스러운 나만의 생각이다.

그런 엉뚱한 생각은 나의 지나온 인생의 후회스러움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붙들고 늘어지면 20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것도 이루어내지 못할 시간이 아닌데

거슬러 20여 년을 허송해버린 것 같은 후회와 미련 말이다.

 

돈벌이하는 것은 내 맘처럼 할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림 그리는 것을 심도 있게 했거나,

악기 하나를 선택해서 연습을 했거나,

제대로 된 글 쓰기를 했거나,

하다 못해 날마다 어떤 운동이라도 꾸준히 열심히 했더라면

자랑거리 하나라도 더 있을텐데

빈둥거리며 보내버린 세월이 참 아깝다는 말이다.

 

세상일 먼저 터득한 사람들이 그토록 귀에 후회하면서

오늘 당장 새로운 일에 도전 하라 하는데 그말을 듣지 않았음이 후회스럽다.

 

며칠전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이 타계했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였으니 생전에 하고 싶은 것을 돈이 없어서 못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했을까?

뉴스에서 전하는 말로 그가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벌 그룹의 총수가 되고서

기업의 발전 측면에서 수백배가 커졌다 하니

오로지 그것으로 그의 생애가 후회 없는 성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선각자와 성현들이 인생의 성공을 몇 가닥으로 줄이거나 정리해서 말한 적은 없다.

잘 손질된 궁궐의 정원보다 잡초와 들꽃이 어우러져 있는

무질서해 보이는 산자락 풍정이 한결 아름답다고 말한 사람이 훨씬 많은 걸 보면

역시 한 사람의 세상살이 성적표는 뭔가 잘 다듬어지고 길들여진 것에

후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잘 아는 선배 한 분이 느닷없이 '척추 경색'이라는 놀랄만한 지경을 당해서

하반신이 마비되어 몇 개월 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단다.

면회 한 차례 하지 못하면서 조심스레 차도가 있는지 근황을 물으니

자신은 그래도 양팔을 쓸 수 있어 휠체어라도 타는데

수족을 다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나마 다행인 듯이 말하니

더 이상 어떤 위로의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맨날 으르렁 거리고,

누군가는 뜀박질은 못해도 일어서서

걸음마라도 했으면 부러울 게 없다 한다.

 

누구라도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평가를 점수로 매길 수 있겠는가?

삶에 자부심을 갖던 후회 막급하던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평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은 틀림없겠지...

만고에 쓸모없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떨쳐 버리고

곳곳이 지뢰밭 같고 어려운 세상에서 이만큼 견디며 살고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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