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만 칼럼] 나는 송해씨가 부럽다
입력시간 :2012.03.30 07:30
[이데일리 조용만 기자] 기자가 일하는 건물 1층에는 IBK기업은행 지점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지점앞에 세워진 광고판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IBK 기업은행은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고…(중략)“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활짝 웃고 있는 할아버지 광고 모델은 왠지 살짝 어색하다.
왜 송해씨였을까? 나만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아닌 것 같다. 은행 광고모델은 영화배우(장동건·하지원씨)나 운동선수(박태환·김연아), 예술인(음악감독 박칼린) 등으로 다양하지만 송해씨 기용은 업계에서도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162cm의 단신에 눈길을 끌 수 있는 외모는 분명 아니다. 은행 내부에서도 마땅찮아 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조준희 행장이 직원들에게 사내 방송으로 배경을 설명하고서야 납득을 했다는 후문이다.
모델 발탁은 기대이상의 성과를 가져왔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7년 이름을 바꾼뒤 다른 시중은행들처럼 일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점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오랫동안 굳어져온 중소기업 전문은행 이미지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송해씨 광고가 나간뒤 노년층 고객을 중심으로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송해씨는 광고를 보고 기업은행과 처음 거래를 튼 고객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는데 이중 74세 여성은 동네에 있는 기업은행을 지난 41년 동안 스쳐 지나기만 했다가 광고를 보고 처음으로 은행을 찾게 됐다고 털어놨단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예금이 900억원을 넘었다.
이게 송해씨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는 KBS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을 28년간 이끌어 오면서 ’국민 MC‘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씨에게도 어울리지만 30년 가까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주민들의 사는 이야기, 노래와 장기, 특산물까지 소개해 온 송해씨에게 더 걸맞는 수식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을 움직인 힘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곁이 있다. 노래자랑에서 방청객들은 춤을 추고, 극성스런 출연자들은 그를 붙들고 뺨을 부비고, 껴안고, 특산물을 억지로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그는 싫은 기색없이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맞장구를 쳐준다. 촬영을 위해 지방을 방문하면 꼭 동네 목욕탕을 찾아 주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젊은 시절 많은 인기를 한몸에 받다가 뇌리에서 잊혀지는 연예인들은 적지 않다. 한때의 인기를 품에 안고 장막에 숨어서 신비주의로 살아가는 연예인들도 있다. 송해씨는 젊은 시절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는 85세의 나이에도 광고를 찍었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고, 그래서 그를 기용한 회사에 톡톡히 광고효과를 안겨준 흔치 않은 연예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던가. 28년간 본인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는 일관성과 신뢰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렇게 묵묵히 지낸 시간이 세월이 되고, 세월을 함께 한 출연자와 방청객, 시청자들이 그에게 남아 힘이 됐다. 송해씨 같은 원로 연예인이 있다는 것은 의미있고, 기분좋은 일이다. 건강하게 장수해 그를 TV와 광고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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