映畵 名畵

지그프리트

藝友 2013. 2. 22. 15:38

<지그프리트> 즐거리

 

 

 

<지그프리트>(Siegfried)

 

 

서야와 세 밤을 위한 무대축전극 <니벨룽의 반지>의 두 번째 밤

초연: 1876년 8월 16일 바이로이트

 

등장인물:

 

방랑자(실은 보탄이 변장한 모습, 베이스바리톤)

지그프리트(벨중 ,인간, 테너)

미메(니벨룽, 테너)

알베리히(미메의 형, 니벨룽, 베이스바리톤)

파프너(이무기/거인, 베이스)

에르다(운명의 여신, 콘트랄토)

브륀힐데(보탄과 에르다 사이의 딸, 소프라노)

숲 속의 새(소프라노)

 

 

 

전설적인 때, 독일

 

 

 

<라인의 황금>에서는 알베리히가 라인의 처녀들로부터 "사랑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라인의 황금을 손에 넣어(빼앗아) 이것으로 동생 미메와 자신의 부하 니벨룽 족들로 하여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반지'를 만들게 하는 장면, 그리고 신들의 영원한 궁전 '발할'을 짓는 대가로 거인 파프너, 파졸트에게 자신의 처제이자 미의 여신 프라이아를 넘겨준다는 무리한 약속을 한 신들의 우두머리 보탄이 이를 대신 지키기 위해 책략의 신 로게의 도움으로 알베리히로부터 '반지'를 강제로 빼앗아 거인들에게 넘겨주고 발할 성으로 입성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발퀴레>에서는 자신의 한때의 욕망이 결국 신들의 멸망을 부를 것이라는 운명을 감지한 보탄이 이를 막기 위해 두 가지 대비책 즉, 신들의 더러운 과거를 모른 채 자신의 의지만으로 주인곁을 떠난 '반지'를 파프너에게서 빼앗아 다시 라인처녀들에게 돌려줄 인간 영웅을 만드는 일과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알베리히의 복수에 대비해 발할을 방어할 수비대를 모으는 일에 여념이 없는 장면 그리고 이러한 보탄의 '신들 구하기 1차시도'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좌절을 겪게 되고 오히려 보탄의 사랑하는 딸 브륀힐데가 아버지로부터 신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비극이면서 동시에 <반지>의 줄거리를 더욱 미묘하고 장려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이 펼쳐졌다. 이제 <지그프리트>에서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자손인 어린 영웅 지그프리트의 성장 과정이 펼쳐진다. 보탄의 분노를 피해 파프너가 잠들어 있는 동쪽으로 피신했던 지글린데는 아이를 낳고 죽었고 이를 알베리히의 고문에 치를 떨던 대장장이 미메가 키우고 있다. 미메는 이 아이가 파프너에게서 반지를 탈환할 수 있는 중대한 인물임을 직감하고 있다. 지그프리트는 우여곡절 끝에 반지를 손에 넣게 되고 숲 속의 새의 안내를 받아 바위산에 잠들어 있던 브륀힐데를 깨워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다. 그러나 반지를 탈환한 이 영웅이 반지 때문에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신들을 구원할 바로 그 영웅인가? 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웅?

 

 

 

<지그프리트> : 줄거리와 몇 개의 동기소개를 중심으로…

 

 

제 1 막 : 미메의 대장간

 

1장

 

 

막이 열리면 '뒤뚱거리는 미메의 동기'(이는 결국 라인 처녀들이 자연상태에 놓여있는 황금을 찬양하는 "라-아인 골트" 동기의 변형으로 이미 <라인의 황금> 3장에서 황금이 알베리히의 세계정복 야욕에 더럽혀져 굴절된 모습으로 나타난바 있으며 또한 신성해야 할 황금이 오용된 채 니벨룽족의 착취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때에 나타난 바 있다)가 들린다. 미메의 대장간이자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사이의 아들 지그프리트가 미메에 의해 키워진 곳이다. 미메 역시 형인 알베리히 못지 않게 야심에 불타는 인물로 저간의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선 이무기 파프너를 물리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 "보검"을 만들어야 하는데 꽤나 이름난 대장장이인 자신도 수 차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고 오히려 자신이 칼 하나를 벼리어내면 지그프리트가 이내 부러뜨려 버리는 치욕을 당하고 있던 차였다.

 

 

 

미메: "아, 중노동이여! 결실없는 수고여! (Zwangsvolle Plage! Muh ohne Zweck!) 아무리 만들어도 그 건방진 지그프리트 놈이 와서 한번 내리치면 부러져 버린단 말이야. 하지만 놈도 어쩔 수 없는 칼이 있지. 바로 노퉁. 그 부러진 보검 노퉁만 다시 붙일 수 있다면 반지는 내 것인데…"

 

 

 

지그프리트가 곰 한 마리를 데리고 큰 소리로 떠들며 등장한다. (Hoiho! Hoiho! Hau ein! Hau ein! 호이호! 호이호! 물어라! 물어라!) 미메와 지그프리트 사이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진다. 미메는 젖먹이 시절부터 지그프리트를 키웠는데 왜 자신을 괴롭히느냐고 따진다. (Als zullendes Kind zog ich dich auf) 지그프리트는 자신을 키운 미메의 수고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Vieles lehrtest du, Mime, 미메, 당신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쳤지) 숲속의 동물들은 모두 지그프리트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는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를 모르겠단다. 미메는 이에 대해 아전인수격으로 답한다. "아가야, 그것은 네가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거란다. (Mein Kind, das lehrt dich kennen)" 부모의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처럼 미메를 사랑하는 거라면서 자신이 지그프리트의 아버지임을 은근히 주장한다. 이 말에 지그프리트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와 미메의 사이는 숲 속의 새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 같지는 않다고 의아해한다. (Es sangen die Vo"glein so selig im Lenz, 새들은 봄이 되면 행복하게 노래부르지) 당신이 아버지라면 어머니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미메는 버럭 화를 내며 자신이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어머니라고 음흉하게 주장한다. 지그프리트는 아버지라는 미메의 말을 비웃으며 숲 속의 새들은 어미를 닮았는데 자기들은 그렇지 않으므로 미메가 자신의 부모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메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이 지그프리트를 데려다 키우게 된 이야기를 한다. (Einst lag wimmernd ein Weib, 옛날 어떤 여인이 쓰러져…) 지그프리트를 품고 와서는 미메 앞에서 숨을 거둔 지글린데의 이야기이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어머니이야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어머니라는 말에 갑자기 숙연해지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증거를 대라고 하는 지그프리트에게 미메는 할 수 없이 부러진 노퉁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그프리트는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러진 검을 붙여 놓으라고 명령하고는 다시 숲 속으로 사라진다. 미메는 다시금 난관에 빠진다. 동강난 이 칼을 어떻게 다시 붙인담…

 

2장

 

신비로운 분위기의 음들이 나오면서 방랑자(이는 보탄이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가 등장한다. (Heil dir, weiser Schmied!, 안녕하시오, 똑똑한 대장장이!) 미메는 지그프리트를 이용해 반지를 손에 넣으려는 자신의 계획에 너무나 집착하여 거의 폐쇄공포증에 사로잡혀 모른 척 무시하고 방랑자를 피하려 한다. (방백: Wie werd' ich den Lauernden los?, 이 수상한 녀석을 어떻게 피한다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방랑자는 수수께끼 세 개를 내면 맞추겠다고 장담한다. 뭔가 일이 일어나려는 조짐이다.

 

① 땅속에는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가?

② 땅위에는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가?

③ 구름같은 높은 곳에는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가?

 

 

 

이 세 가지의 물음이 미메가 낸 세 가지 수수께끼다. 이에 차례로 방랑자가 대답할 때마다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를 통해 등장했던 각종 인물들과 사물들이 차례로 동기반주가 되어 나타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간의 상황들이 설명된다. 수수께끼를 모두 맞춘 방랑자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Nun rede' weiser Zwerg, 말해보시오, 똑똑한 난쟁이여,) 미메는 방랑자가 귀찮기만 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수수께끼를 내겠다며 미메를 다그친다.(Nun, ehrlicher Zwerg, sag mir zum ersten, 이제 훌륭한 난쟁이여, 첫째 수수께끼에 답해보게나)

 

 

 

① 신들의 우두머리 보탄이 가장 험하게 대하면서도 실은 그가 가장 아끼는 이들이 누구인가?

② 지그프리트가 파프너를 죽이려면 무슨 칼이 필요한가?

③ 그 칼을 만들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 세 가지 물음이 방랑자의 질문이다. 이에 미메는 앞의 두 질문에 대해서는 각각 '벨중'과 '노퉁'을 쉽게 맞추지만 세 번째 질문에는 속수무책이다.

 

 

 

보탄: "당신이 나에게 냈던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나는 모두 맞추었어…

(Dreimal solltest du fragen,)

그런데 자네는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빼고 엉뚱한 질문만 나에게 하다니 어리석군…

자, 파프너를 죽이고 싶어하는 자여,

두려움을 배우지 않은 자, (der das Fu"rchten nicht gelernt)

그가 바로 노퉁을 만들 수 있을 걸세."

 

3장

 

세 번째 질문에 대해 미메가 답을 못하자 자기 스스로 자못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방랑자는 떠나고 미메는 파프너 생각에 발악을 하며 악몽에 시달리는데(Verfluchtes Licht!, 무서운 저 빛!) 이와 동시에 장난스런 피콜로소리와 함께 지그프리트가 돌아온다. 두 사람 사이 다시 몇 번의 실랑이가 벌어지던 중에 미메는 지그프리트가 두려움 같은 것을 모른다는 말을 내뱉자 순간 흠칫 놀란다.

 

 

 

"두려움을 모르는 자, 그가 바로 노퉁을 만들 수 있을 지어다…"

"너는 무서운 숲속에서 두려움을 느껴본 적 없어?" (Fu"hltest du nie im finstren Wald)

 

 

 

미메의 음흉한 눈빛위로 방랑자의 이 말 한마디가 오버랩되자 지그프리트는 아버지가 남겼다는 부러진 노퉁검을 자기가 붙여보겠다고 나선다. 미메의 눈빛은 더욱 또렷이 빛나고 은근히 그를 부추긴다.

 

 

 

Ha"ttest du fleissig die Kunst gepflegt, (네가 부지런히 그 기술을 습득했다면)

(흐흐 드디어 이놈이 나를 위해 보검을 만들어주려는구나…)

 

 

 

<지그프리트>에서 가장 애청되는 부분중 하나인 통쾌한 "지그프리트의 칼 만드는 장면"은 이같이 미메의 음흉하고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독백과 폴리포니적으로 얽혀 20분을 넘기면서 파괴력을 가중시킨다. 둔탁하고도 리듬감있게 들려오는 지그프리트의 쇠망치소리와 이에 부가되는 현 총주의 박력 있는 입김은 하나의 공정을 끝낼 때마다 내지르는 그의 활기찬 함성, 그리고 "노-오-퉁, 노-오-퉁, 숙원의 칼이여!"(Notung! Notung! Neidliches Schwert!)가 반복되어 겹치면서 연속된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지그프리트 : "너 강한 쇠여,

이제 굳어 단단하고 아름답게 되었다.

곧 뜨거운 피를 마시게 되리라.

노-오-퉁, 노-오-퉁, 숙망의 칼이여!

 

노퉁을 완성하면서 칼을 찬양하고 이것으로 곧 반지를 손에 넣겠다는 지그프리트의 결연한 의지는, 그로 하여금 파프너를 죽이게 한 후 독약을 먹여 반지를 차지하겠다는 미메의 방백과 함께 살얼음의 긴장감을 전해주며 스피커 양쪽을 통해 섬뜩하게 전달된다. 

 

 

미메: "미메는 성공하고 말리라. 나의 고생은 끝났다. 이제 세상은 내 것이야.

모두 나의 노예가 될 것이다…"

 

지그프리트 :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부러졌던 이 칼,

살아있는 아들이 다시 완성해내었다.

노-오-퉁, 노-오-퉁, 숙원의 칼이여!

네 너에게 다시 생명을 주었노라!

 

두 동강난 칼을 갈아 녹여 주물 틀에 다시 넣고 달구어 이제 칼의 형태가 완성되자 지그프리트는 망치를 가지고 담금질을 시작한다. 음악의 분위기가 더욱 씩씩해진다. 동시에 미메의 약초도 거의 완성에 다다르자 그의 음흉한 마음이 풍겨져 나온다.

 

 

 

지그프리트: 호호! 호호! 호하이! 나의 망치야, 단단한 칼을 만들어다오!

(Hoho! Hoho! Hohei! Schmiede, mein Hammer, ein hartes Schwert!)

 

내 형이 완성한 반짝이는 반지를…

(Den der Bruder schuf den schimmernden Reif)

 

 

 

현란한 관현악 반주의 클라이막스 리듬에 맞추어 지그프리트가 완성된 노퉁으로 모루를 내려치자 모루는 무 잘리듯 두 동강이 나버린다. 기쁨에 들뜬 지그프리트는 거침없이 칼을 들고 파프너가 잠자고 있는 숲 속으로 향하고 이를 미메가 뒤따르며 막이 내린다.

 

 

  

제 2 막 - 파프너가 잠자고 있는 동굴(Neidho"hle)

 

1장

 

막이 열리면 앞으로 있을 대혈투와 죽음을 예견이나 하듯이 음산한 현의 트레몰로 반주와 함께 이무기 파프너의 동기, 반지의 저주의 동기(이는 반지의 동기를 거꾸로 연주하는 형태), 반지의 강력한 힘의 동기가 들린다. 이때 이제 대를 이어 반지 탈환 복수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알베리히가 어두운 숲 속에 나타난다.

 

 

 

In Wald und Nacht vor Neidhohl' halt ich Wacht

(한 밤중에 숲 속에서 나는 질투의 동굴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저쪽에서 이상한 빛이 다가온다. (Wer naht dort schimmernd im Schatten,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다가오는 것이 누구란 말인가) 파프너에게 반지를 되찾을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 앞에 철천지 원수 보탄이 방랑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비난하는 알베리히에게 방랑자는 그저 사건을 지켜보러 왔다고 말한다.

 

 

 

알베리히: "네놈, 내 반지를 뺏어다가 거인들에게 주었지.

'약속된 것은 지키라'는 창에 쓰여진 문구가 그대로 실천되고 있는 셈이야.

네놈 손으로 다시 그 반지를 손에 넣을 수는 없으니 말이야."

방랑자: "창에 쓰여진 약속은 너와는 관계없어…

말다툼은 네 동생 미메하고나 해.

난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영웅에만 관심이 있어.

그가 이기든지 지든지 스스로의 문제야."

알베리히: 반지에 대해서는 미메하고만 경쟁하게 되어있는 것이냐?

(Mit Mime ra"ng ich allen um den Ring?)

 

 

 

방랑자는 알베리히와의 말다툼을 끝내고 파프너를 부른다. 파프너에게 그의 위험을 알려주고 반지를 얻으라는 방랑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알베리히가 파프너를 설득하려 하지만 먹혀 들어갈 리 없다. <황금>에서 보탄에게 반지를 빼앗기고 저주를 퍼부었던 경력이 있는 알베리히가 다시 떠나가는 방랑자를 비난하며 퇴장한다.

   

알베리히: "무책임하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신이여!

내가 꼭 네가 멸망하는 것을 보고 말테다!

황금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한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리라

그가 끈기로 너를 멸망케 할 것이다."

 

2장

 

미메가 지그프리트를 데리고 등장한다.(Wir sind zur Stelle! Bleib hier stehn, 다 왔다, 여기 서 있어) 미메가 파프너에 대해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고 놈을 해치운 후에 목이 마를 테니 마실 것을 주겠다고 살랑거리며 사라지자 숲 속엔 지그프리트 혼자 남아있게 된다. 열 여섯시간의 오페라 <반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서정적인 대목인 "숲 속의 속삭임(Waldweben; Forest Murmurs)"이 바로 여기서부터다.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 장난기 있는 그의 대사와 숲 속의 새들과 이야기 해보겠노라고 무대 위에서 피리를 부는 흉내를 내면 오케스트라 주자가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틀리게 부는 장면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지그프리트: 저 자가 내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Dass der mein Vater nicht ist...)

 

"그런데 나의 어머니는 어떻게 생겼을까?

(Aber, wie sah meine Mutter wohl aus?)

어머니는 왜 나를 낳고 바로 죽었을까?

세상 모든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죽는 걸까?

작고 예쁜 새야! 여기 숲 속에 사니?

내 뿔피리 소리를 들어보렴…"

 

 

 

동굴 앞의 이 소란에 귀찮아하는 파프너가 일어나 다가오는 소리가 나자 지그프리트는 반가워한다. (Haha! Da ha"tte mein Lied, 하하! 내 노래가 무엇인가 깨우긴 했군) 거대한 구렁이 파프너를 보고 지는 당연히 전혀 놀라지 않는다. 두려움을 배우러 왔다는 소년을 파프너는 배고플 때 먹는 간식정도로 생각한다. 지그프리트가 겁도 없이(!?) 다가든다. 단칼에 쓰러지는 파프너는 배를 움켜주며 격하고 슬픈 노래를 부른다.

 

 

 

파프너: "너는 누구냐, 겁없는 아이야? (Wer bist du, ku"hner Knabe?)

나, 파프너가, 마지막 남은 거인이

어린 영웅에게 패하다니…

조심해라. 기뻐하는 소년아

너에게 이 일을 시킨 자가 있다면

이제 너를 죽일 계획을 할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해라!"

 

 

 

파프너를 죽인 지그프리트가 무의식적으로 피묻은 손에 입을 대자 새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새가 내게 무엇인가 말하는 것 같네" (Ist mir doch fast, als sprachen die Vo"glein zu mir!) 지그프리트에게만 들린다는 가정하에 들려지는 새의 방백인 셈이다. 새의 목소리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노래한다.

 

 

 

새: (하이! 지그프리트 게회어트 눈 데어 니블룽엔 호트!)

"야! 지그프리트가 니벨룽의 보물을 손에 넣었네~.

동굴속에 마술투구 타른헬름도 있는데…

반지를 손에 넣으면 그는 세상의 지배자가 되는데…"

 

3장

 

아리따운 소프라노 목소리와 반짝이며 짹짹거리는 현 소리, 그리고 바그너의 특기인 안개와 같이 희미하게 깔렸다가 서서히 솟구치는 금관의 협연이 매력적인 곡이다. 지그프리트가 동굴로 들어간 사이 미메와 알베리히가 나타나 형제간의 싸움을 한바탕 벌인 후(알베리히: Wohin schleichst du ein eilig und schlau, schlimmer Gesell? 이 교활한 악당, 어디를 그렇게 급히 들어가려 하느냐?), 동굴속에서 각종 보물을 가지고 나오는 지그프리트를 미메가 맞는다. 이때 다시 "배신을 준비하는 미메를 믿지 말라"는 새의 노래 소리. 음흉한 미메가 장난치듯이 지그프리트에게 인사한다. 현이 꼬부라지고 흐물거린다. (Willkommen, Siegfried!, 환영한다, 지그프리트!)

 

 

 

* 이때부터 미메의 노래는 대단히 독특하다. 그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말을 지그프리트에게 거듭 내뱉으면서 살인의 내면을 드러내다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미메는 <지그프리트> 1막부터 여기까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음흉하면서도 날카로운 음색으로 무대전체를 뒤뚱뒤뚱 뛰어다니면서 부르는 초인적인 역할이다.

 

 

 

사건 초기부터 형 알베리히에 늘 당하면서도 호시탐탐 반지를 차지할 야심에 사로잡혀있던 미메, 치밀한 계획 끝에 지그프리트를 거의 유혹하여 독약을 마시게 할 듯 하며 미친 듯이 자신의 승리를 부르짖다가 돌연, 어린 영웅 지그프리트의 반격의 칼에 순식간에 쓰러진다.(이때 숲속에 숨어있던 알베리히의 회심의 웃음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리는 대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비장하고도 어눌한 지그프리트의 독백이 흐르고(Neides Zoll zahlt Notung, 노퉁이 결국 빚을 갚았다) 이내 고아의 신세를 한탄하는 그는 한편으로 방금 죽인 미메를 생각하는 이중적인 연민을 보인다. 그는 숲 속에서의 수고로웠던 하루를 돌이켜본다. (Heiss ward mir von der harten Last!, 임무를 처리했더니 덥구나!) 그는 이내 모두 잊었다는 듯이 그는 숲 속의 새에게 노래를 요청한다.(Nun sing! Ich lausche dem Gesang., 이제 노래하렴, 너의 노래에 귀기울일게.)

 

 

 

새:(하이! 지그프리트 에어슐르크 눈 데어 슐리멘 쯔베어크!)

"야! 지그프리트가 나쁜 난쟁이를 죽였네~!

이제 바위산에 가서 잠들어 있는 여인 브륀힐데를 깨워 신부로 맞이해요."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현이 불의 동기와 함께 이번에는 좀더 길어지며 이에 새의 노래도 더욱 황홀감과 신비감을 더한다. 이에 대꾸하듯이 어린 영웅은 사랑에 들뜬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오늘도 두려움을 배우려했지만 헛수고였노라"고 하면서 "브륀힐데에게서는 혹시 배울 수 있을까"하며 마력에 사로잡혀 순진무구한 용맹함을 과시한다. 현은 더욱 격렬해지고 트럼펫이 이와 어우러지며 빠르게 부르짖는 가운데 각종 금관악기들이 가세하여 가속도를 붙이고 어느새 폭풍우가 몰려오는 듯한 클라이막스에 다다랐다가 갑자기 음량이 작아지면서 피콜로, 플룻, 오보, 클라리넷 목관악기들이 차례로 앙증맞은 패시지를 한번씩 되뇌이고 바로 현이 받으면서 야릇하면서도 통쾌한 종결을 고한다. 이 음악에 맞추어 바보같기도 하고 영웅같기도 한 지그프리트는 신들린 듯 바위산으로 향한다. 장편 무협지 또는 한편의 우스운 동화 같은 2막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제 3 막 - 브륀힐데가 잠들어 있는 바위산

 

 

 

<반지> 전체의 줄거리가 거대하게 한번 역전되는 <지그프리트> 제 3막은 이에 상응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동기들의 결합에 의한 음산하고 힘찬 전주곡으로 시작한다. 굴지의 음반사 데카에서 이미 명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던 존 컬쇼는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 한스 호터, 볼프강 빈트가쎈, 비르기트 닐손, 게르하르트 슈톨쩨, 레진 크레스팽, 고틀롭 프리크, 크리스타 루트비히 등 당대 유명한 바그너 가수들을 총동원하고 당시 피아니스트에서 이제 지휘자로 변신을 꾀하던 게오르크 숄티 경(당초의 계획은 바그너 지휘의 신화를 창조했던 크나퍼츠부쉬가 예정되었다고 한다)를 두말이 필요없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엮어 역사상 처음으로 <반지>의 스테레오 스튜디오 녹음을 감행한 전집(1958-1965)을 만들어 내어 오늘날에도 <반지> 레코딩의 한 전형을 이루어내었다. 이때 컬쇼와 이 프로젝트의 엔지니어 고든 패리는 바그너와 말러의 작품에 권위있는 해석을 가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음악학자 데릭 쿡에게 <반지>의 유도동기를 중심으로 간단한 해설을 의뢰하여 이 해설집을 영국판 전집에 포함시켰는데 여기서 쿡은 이 <지그프리트>3막의 전주곡을 무려 9종이나 되는 다양한 동기들이 상호 복잡하게 얽혀 교향적 발전형태를 취하고 있는 "합성동기"의 좋은 예로 지적하고 있다.

 

 

 

① 발퀴레의 말타기 동기가 방랑자에 붙여진 예

② 에르다

③ 신들의 곤경

④ 보탄의 상징인 창

⑤ 신들의 황혼

⑥ 에르다 + 신들의 황혼

⑦ 방랑자

⑧ 반지의 파괴적인 힘

⑨ 마술의 잠

   

데릭 쿡이 언급한 "합성 동기"는 이렇게 아홉이다. 이같은 동기들의 등장에 당연히 다양한 음악적 극적 해석이 가해지겠으나 여기서는 이 글의 테두리 밖이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유도동기라는 것이 바그너 스스로가 명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바그너는 그의 여러 편의 분노에 찬 논문에서 당시 파리와 이태리에서 유행하던 오페라라는 것이 원래 오페라의 지고한 목표였던 "음악과 극의 완전한 결합"에 의한 예술의 이상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단순한 오락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를 한탄하면서, 자신의 총체예술이라는 예술개념에 맞는 악극은 "음악과 극이 상호 제 역할을 분담하며 청자 또는 관객에게 정신의 고양의 부담을 지우는" 작품이어야 할것을 선언하고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작품을 보고 들으면서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탐구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한스 폰 볼초겐부터 이후 후대의 학자들은 이러한 요청에 따라 그의 <반지>이하 각 작품들을 음악적, 극적으로 분석하여 제각기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유도동기 해석을 발표하였는데 그중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것들 100여 개가 오늘날 타당한 동기들로 학계나 일반에 널리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1장

 

이 전주곡에 맞추어 나타나는 인물은 사랑의 기쁨에 들뜬 사나이 지그프리트가 아니라 번민과 걱정 그러나 한편으로는 확신에 사로잡힌 운명의 사나이 방랑자(보탄)이다.

 

 

 

방랑자: "일어나시오, 발라(에르다)! 모든 지혜를 가진 여인!

(Wache, Wala! Wala! Erwach…)

당신의 지혜로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추시오."

에르다: "깨우는 노래가 너무 강해…"

(Stark ruft das Lied…)

방랑자: 나는 그대의 지혜가 필요하오.

에: 나의 잠은 꿈이며(Mein Schlaf ist Tra"umen)…

 

 

 

에르다가 자기 대신 자신의 딸인 운명의 여신 노른들에게 물어보라고 하자 방랑자는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는 존재라고 거부한다. 그녀가 이제 브륀힐데에게 물어보라고 하자 보탄은 그간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에르다: 깨어나 보니 세상이 혼란스럽군요(Wirr wird mir, seit ich erwacht)

방랑자: 신의 멸망을 극복할 지혜를 주시오, 에르다여!

에르다: 당신은 예전의 (나를 정복하던 자신에 찬) 모습이 아니군요.

발라의 잠을 방해하지 마세요."

 

 

 

자신을 직접 지칭하는 이 말에 방랑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감을 돌연 바꾼다.

 

 

 

방랑자: 당신이야말로 이전 같지는 않으니 명심하시오.

그대의 지혜도 이제 내 의지 앞에서는 무력하니까.

당신은 보탄의 의지를 아시오?(Weisst du, was Wotan will?)

나는 신들의 멸망을 이제 두려워하지 않아요.

용감한 벨중의 자손이 내 일을 다 실천해주고 있지.

저기 나의 분신이 다가오는군.

이제 당신의 지혜는 필요하지 않으니 영원한 잠 속으로 돌아가시오!

 

2장

 

에르다를 돌려보낸 방랑자 보탄이 이제 바위산으로 다가오는 지그프리트 앞에 선다. (Dort seh' ich Siegfried nahn, 저기 지그프리트가 오는군) 방랑자는 자신의 영웅 만들기 2차시도의 산물인 지그프리트를 보며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갈등(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영웅만이 반지를 되찾을 수 있으므로)을 숨기고 우연인척 접근한다. (손자를 대하고도 손자라고 불러볼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짐짓 무게 있게 말을 거는 이 중후한 노인에게 청년 영웅 지그프리트는 쌀쌀맞고 냉담하게 대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에게 방랑자는 은근히 칼 이야기를 하면서 웃자 지그프리트가 맞선다. (Was lachst du mich aus?, 왜 나를 비웃는 것입니까?) 대화를 통해 그간의 지그프리트의 역사를 추적하여 주어 영웅에게 반지의 위력이나 용도라도 슬쩍 깨우쳐줄 의도를 품었음직한 이 방랑자의 말은 그러나 지그프리트의 비웃음과 만난다.

 

 

 

방랑자: 참아, 젊은이! 내가 자네보다 늙었으니 존경심을 가져야지."

지그프리트: 내 인생에는 늙은이들이 계속해서 훼방을 놓는군.

당신도 미메처럼 되고싶나. 어서 길을 비키시오."

방랑자: 무례한 젊은이, 나의 정체를 안다면 이렇게 모욕을 주지는 않을텐데.

지그프리트: 못 알아 듣소? 고집 센 늙은이? (Blebst du mir stumm, sto"rrischer Wicht?)

방랑자: 하하, 무서움이 무엇인지 내 한 수 가르쳐주지.

함부로 저 불길로 뛰어들지 말고 돌아가라!

말을 듣지 않으면 아직도 위력적인 이 창의 맛을 보여주마!"

지그프리트: 아니, 이놈이 나의 아버지의 원수로군.

내 칼이 드디어 복수의 상대를 제대로 만났구나!

 

(지그프리트의 보검 노퉁은 신들의 우두머리 보탄의 질서와 계약, 규율의 상징인 창을 순간적으로 두동강내고 만다.)

   

우여곡절이 얽히고 설킨 조․손 사이의 복수전은 결국 지그프리트의 승리(패배)로 끝나고 여기서부터 <반지>는 대 파국으로의 고속도로를 달리게된다. 말하자면 보탄의 영웅 만들기의 성공은 자신의 신으로서의 지위의 상실이라는 엄청난 대가 위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다시 신들의 운명이 신 자신들의 손에서 인간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의 위험천만한 결정에로 밀려 내려오게 되는 과정이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지그프리트는 천진난만한 소년 영웅에서 머물지 않고 사랑을 아는 성인 영웅의 단계로 도약하게 되며 이는 결국 다시 한번 <반지>를 둘러싼 사랑의 이중성이 "환희와 죽음"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됨을 예시하는 대목이다.(<라인의 황금>에서 알베리히가 사랑을 포기하여 얻은 반지는 세계 정복이라는 강력한 환희와 야욕의 상징이었다가 역시 사랑(프라이아)을 포기한 보탄의 폭력 앞에서 죽음을 부르는 저주의 단계로 옮아오게 된다. 역시 <발퀴레>에서 브륀힐데는 아버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확신하는 지그문트에게 승부수를 던지고 이것이 바로 아버지의 벨중 족에 대한 사랑임을 항변하며 비극을 자초한다.)

 

3장

 

장면과 음악은 이제 전편 <발퀴레>에서 신들의 운명을 막아보려 고군분투하던 보탄의 권위에 사랑이라는 무기로 대들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던 브륀힐데가 아버지의 벌을 받아 잠들었던 바위산과 그에 관련된 음악이다. 이 영웅이 로게가 만들어놓은 바위산 주위의 불길을 뚫고 갈 수 있는 지극히 용감한 유일한 인물일거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키 어렵지 않다. 바위산의 영묘한 분위기에 모든 정신을 빼앗겨 잠시 넋을 잃은 지그프리트는(Selige O"de auf sonniger Ho"h'! 햇빛이 나는 정상에 축복이 있구나) 나무그늘 아래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순간 멈칫한다.

 

 

 

지그프리트: 번쩍이는 방패, 갑옷을 입은 용사로구나.

아, 아름다운 모습이다.

천국의 빛나는 바다에 고운 구름물결이 이는 것 같구나.

가슴이 잔뜩 부풀어 있네! 갑옷을 풀어주어야겠군.

 

 

 

칼로 갑옷의 쇠를 자른 지그프리트의 눈에 여인이 들어오자마자, 고음 현이 물결치며 달아나듯 압도한다.

 

 

 

지그프리트: (다스 이스트 카인 만! / Das ist kein Mann!)

남자가 아니잖아!

불타는 기쁨으로 내 가슴은 떨리고

심한 격정으로 내 눈이 조여지며

감각이 혼란스럽게 뒤엉키는구나!"

 

 

 

그의 목소리가 더욱 격해지며 당황함을 부르짖는다. 급기야 자신이 해체되며 (두려움을 모르던 영웅이 두려움을 느끼며) 애타게 어머니를 부른다. 잠들어 있는 여인에게 두려움을 배우다니! 그런데 이 여인을 어떻게 깨울까? (아마도 동화를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여기서 다음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알 것이다)

 

 

 

지그프리트: 깨어나시오, 성스러운 여인이여!

내가, 그대의 달콤한 입술에서 생명을 가져오리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영웅은 할 일을 다했고 결과만을 기다리는 초조한 순간 첼로가 자그맣게 긁히면서 금관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현과 목관․금관이 총주로 차츰 치닫는다. 거대한 음운의 소용돌이에 도달하여 음악은 잠시 멈추었다. 숨도 함께 멎는다. 악극 <지그프리트>를 <지그프리트>이게끔 해주는 황홀한 대목, 바로 "브륀힐데의 잠 깨는 장면(Bru"nnhildes Erwachen)"이 기다리고 있다.

 

 

 

<발퀴레>에서 브륀힐데가 지그문트를 만나는 대목에서 한번 나왔던 혼의 단음에 의한 소위 운명의 동기(아닌 동기)가 농도 짙게 퍼져 오른다. 트럼펫이 다른 금관의 도움을 뒤로하고 커다랗게 밀려나오면서 하프를 데려온다. 찰랑거리는 하프소리와 현의 신비로운 안개! 다시 한 번 이 기나긴 기다림의 음악이 반복되며 이번에는 현이 앞과는 다르게 떨린다. 이제 금관의 환희의 팡파르는 완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기다린 여인의 잠깨는 소리이다. 자욱한 내음이 퍼지면서 다시 한 번 혼이 울자 드디어 여인은 첫 입을 연다.

 

 

 

브륀힐데: Heil dir, Sonne! Heil dir, Licht!

(하일 디어, 조-온-네!)/ 아 그대, 태양이시어!

(하일 디어, 리-히-트!) / 아 그대, 빛이시여!

(하일 디어, 로이히텐데스 타-아-크!) / 아 그대, 영광스런 날이여!

오랜 잠에서 나를 깨운 영웅은 누구일까?

 

 

 

현과 하프가 사무치듯 엉키어 여인의 깨어남의 노래를 돕자, 플루트가 그 격정적인 리듬의 물결을 일으킨다. 이 감격적인 리듬의 물결을 타고 곧 그녀의 낭군 지그프리트가 역시 격정의 응답을 한다. 이제 둘은 한데 엉켜 서로를 찬양하기 시작한다. 테너 지그프리트는 휘몰아치는 감정으로 여인을 향해 자신을 밝힌다.

 

 

 

지그프리트: "나 지그프리트가 그대의 잠을 깨웠소."

브륀힐데: "나를 깨운 사람은 지그프리트!"

지그프리트: (오 하일 데어 무터, 디 미히 게바아;) / "아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

브륀힐데: (오 하일 데어 무터, 디 디히 게바아;) / "아 그대를 낳아주신 어머니"

지그프리트: (하일 데어 에르데, 디 미히 게내어트!)/ "아 나를 키워준 대지여!"

브륀힐데: (하일 데어 에르데, 디 디히 개내어트!)/ "아 그대를 키워준 대지여!"

지그프리트: (다스 이히 다스 아----우게어샤우트,) / "이에 그대의 눈동자는"

(다스 에츠트 미--어,세이--일리-겜 라흐트!)/"나에게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브륀힐데: 지그프리트! 지그프리트! 오 축복받은의 영웅이여!

(Siegfried! Siegfried! Seliger Held!)

 

 

 

환희의 파노라마이자 비극의 시작,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의 만남은 금관과 현의 현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강렬히 타오른다. 잠에서 깨어난 브륀힐데가 지그프리트의 과거를 이야기하자 그는 이해할 수 없다. (Wie Wunder to"nt, was wonning du singst, 그녀의 이상한 노래는 참으로 아름다워요) 브륀힐데는 자신의 애마 그라네(Grane)도 함께 깨어났음을 기뻐한다.(Dort seh' ich Grane, 저기 그라네가 보이네요)

   

* 물론 여기서 말이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반지> 상연 초기에는 무대에 말을 등장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근래에는 연출상 불필요하며 공연을 망칠 위험부담이 많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다만 어떤 연출에서는 재치 있게 목마(木馬)를 등장시켜 우리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그라네를 본 브륀힐데가 순간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차가운 현실의 벽에 봉착한다. 브륀힐데는 조금 전 그렇게 환희에 찬 사랑을 고백했다가 돌연 위대한 신의 딸에서 미천한 인간 여인으로 떨어져버린 것을 깨닫고는 비극의 씨앗인 자신을 버리라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그러한 브륀힐데를 순진한 영웅 지그프리트는 떠날 수 없다. 인간으로 변한 브륀힐데가 지혜가 사라졌음에 절망하자, 지그프리트는 그녀를 위로한다. (Sangst du mir nicht, dein Wissen, 당신의 지혜가 나를 사랑하도록 인도한 빛이었다고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것을 아는 브륀힐데의 하소연을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사랑으로 막는 지그프리트. 브륀힐데는 마침내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영웅과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Ewig war ich, ewig bin ich,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당신의 행복을 바랄 거예요)

 

 

 

* 다시 한번 아름답고 황홀한 축복의 멜로디가 펼쳐진다. 이 선율은 바그너가 별도로 작곡한 '지그프리트 목가(Siegfried Idyll)'의 주선율로 다시 쓰인다.

 

브륀힐데의 사랑의 노래에 지그프리트도 감격의 탄성을 지른다.

 

지그프리트: Dich lieb' ich: o liebtest mich du!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 당신도 나를 사랑해준다면)

브륀힐데: Lachend muss ich dich lieben…

 

(웃으며 나는 그대를 사랑해야 해요)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사랑의 2중창은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오케스트라는 반짝이는 포효를 보여준다. 위기를 안은 행복의 기운이 둘 사이를 감돌면서 <지그프리트> 3막은 서서히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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