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잘 드시고 건강하게 지내시더라, 그런데 요즘 많이 수척해 지셨더구나' ...
큰 오빠가 보내준 문자 한 통에 또 마음이 먹먹해져 온다.
집에 계실때는 수시로 챙겨드리는 먹거리에 살이 오동통하게 쪄서 보기에 좋았는데
내가 봐도 차츰 수척해져 가는 모습에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처음엔 이것 저것 먹거리를 챙겨가서 여러 친구분들 나눠 드시라 하기도 했는데
많이 드시지도 못하니 이것 저것 챙겨오지 마라신다.
'난 책 읽는게 좋으니 신문이나, 책등' 을 가져다 달라고 하신다.
돋보기도 잃어 버리고 보청기도 잃어 버렸다고...푸념을 하셔서 알아보니
꼭꼭 감춰두고 누가 도둑질 해 갔다고 그러신단다.
다음에 올때는 미우라아야꼬가 지은 책을 가져오라 하신다.
철학책이면 더 좋고...
그래서...광화문 나가던 길에 교보문고에 들러 "길은 여기에" 한글판과
일본어로 된 책 "빙점'을 구입해 왔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나보다 더 책을 많이 읽으신다.
그 시절 일제시대에 여학교를 다니신 신여성의 주자...
아직도 고학력을 소지한 것에 92세의 연세에도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계신다.
살면서 어찌 평탄하게 살아 왔다고만 하겠는가.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지혜롭게 헤쳐나가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제 남은건 노구와 병만을 짊어지고 계신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묵주를 굴리며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고,
잠자듯이 죽음에 이르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는 순간을 뵈올때마다
나 자신을 뒤 돌아 본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로써의 자격이 미흡한것 같은데
자식들을 위해 모든것을 다 주지 못 하는데...
내 어머니는 오직 자신은 없고 자식들만 가슴에 품고 사신다.
그래도..
오빠네와 함께 지내실때는 믿거라하고 자주 찾아 뵙지 못했는데
병원 계시고 부터는 오히려 더 자주 뵙게 되는것 같아 좋으면서도 씁쓸하다.
어머니.... 이 불효를 용서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