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일기예보에 간혹 국지성 소나기가 내릴것이라고 하지만 도통 하늘만 우울하지
비는 내리지 않고 높은 습도 때문에 천지가 눅눅하고 끈적거린다.
덥다고 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까지 받고 보니
괜히 야외 활동하다가 뜻하지 않게 건강을 해칠까봐
올 여름은 방안퉁수로 지내는 중에...
더워서 흘리는 땀보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싶어 가까운 계양산 둘레길을 걷고저 집을 나서다.
어머나, 산에서도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예전 같으면 사람에치여 걷기가 힘들정도의 둘레길에 인적이 드물다.
그래도...걷자고 숲길에 들어서니 괜히 겁이난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인기척에 잠시 몸을 도사리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도 했다.
한참을 걷다가
누군가 쉼을 행했던 신문지 자부동을 발견하다.
거기에 쏟아진 햇살이 빛내림으로 숲길을 밝힌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하며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걷기를...
건조한 숲길, 작은 계곡도 이미 물길이 말라
음악같았던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간혹 이어지는 이름모를 새소리와 매미소리만 나와 동무하며 길을 걷는다.
등 뒤의 환한 햇살 때문에 내 모습이 그림자로 그려진다.
카메라에 담을만한 풍경이 없어 문득 발견한 나를 담는다.
마음은 형체가 없어 늘 새것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림자는 늘 예전의 내 모습 그대로다.
그림자는 웃는지 ,우는지 화를 내는지....
그리고, 그림자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지 않아 좋다.
이곳 청라에 거주한지 4년이 다가 오지만 비 내리는 날을 찾아보기 어렵다.
겨울엔 눈도 자주 내리지 않고, 비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날은 덥고 비까지 내리지 않으니 길가의 푸르른 은행잎이 버석거리며 말라서 떨어진다.
올 가을엔 울긋불긋 예쁘게 물들 가을 풍경을 만나기 어려울것이라 생각해본다.
초목들이 적당히 물을 머금고 자라야 잎도 촉촉하고 예쁜 가을 빛을 선물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