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하여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기도에 대한 개똥철학을 하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대상이 나가 아닌 남이어야 한다는 것.
천주교 신자이긴 하나 냉담으로 성당조차 가지 않는 나일론 신자이기에 기도에 대한 개똥철학임을 분명히 한다.
나의 안녕과 부귀영화를 위해 기도라는 화살을 쏘아놓고
그 화살이 크나큰 복주머니를 달고 돌아와 주기를 바랄 때,
아무도 보는 이 없지만 나는 민낯이 발개지고 이내 부끄러워진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화,
정신적 물질적 여유라는 크나큰 복주머니가 소리 없이 날아가게끔 빌어줄 때
비로소 하늘에 계신 누군가가 내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주지 않을까~
기도가 나를 위한 속삭임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외침일 때
하늘에 가닿을 수 있는 힘이 마음에 더해질 거라 믿는데...
가끔은 민망하더라도 기도 속에 ‘나’를 집어넣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그렇다.
나도 평화로워지고 싶고, 나도 재물에 욕심이 나고, 나도 조금 더 괜찮은 미래를 갖고 싶을 때 말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를 위한 기도를 하면 된다고.
우리 모두 평화롭게 살자고, 우리 모두 조금씩 더 가질 수 있고,
우리 모두 조금 성장한 미래를 갖게 해 달라는 덜 부끄러운 기도를 하면
그럼 남도 좋고 나도 좋은 모두가 좋아지는 기도를 하면 되는가?
매번 뭔가 달라고만 하는 이기적인 기도가 아닌 다른 기도는 없을까를 고심하지만
오늘 밤도 내 마음에 평화가 자리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만다.
Ave Maria - Luciano Pavar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