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友 이야기

독백 107

藝友 2020. 12. 6. 08:48

pen을 쓰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떠올리며 쓴 편지 한 장에 추억하고, 감동한다.

동생이 보내준 나의 생일선물... respect pen과 memo를 할 수 있는 작은 수첩

아, 감동이 일다.

 

마음에 드는 문구류를 갖게 되면 대학시절보다도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생긴다.

( 윗 글은 2016년 어느 날 내 블로그에 끄적여 놓은 글이다.)


생활하면서 줄기차게 메모를 하는 까닭이 나날이 쇠퇴해가는 나의 기억력을 보좌하기 위함이다.
기억의 창고를 마련함이 요즘의 난데

그런 분실을 여러 곳에 마련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수준 높은 지식의 갈증을 보충한다기보다는

날마다 보고 듣고 읽은 것 중에서 호기심을 일게 하고
오늘 알았던 것을 다시 보고자 할 때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꾀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별의별 것을 간편하게 검색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이라도

나는 메모하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행하고 있다.

컴퓨터에 내장되어있는 정보가 아무리 많고 다양한 들

꺼내서 쓰고 싶은 욕구가 없고 소용처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오랜 습관이 남아서 수시로 메모하고 옮겨 적어놓는 생활을 지켜오는 것은

컴퓨터에 담겨있는 정보나 지식, 상식들이 내가 메모해 놓은 것보다 우수하기는 하지만

사뭇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내 방식을 구닥다리라는 말의 다른 표현인 아날로그식이라 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토닥거려서 궁금한 것을 찾아보는 방식을 디지털식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기엔 헛수고가 되는 것도 많다.


무료할 때 노트를 펼쳐 본다.
똑같은 메모가 앞에도 적혀있고 한참 뒤편에도 적혀있는 경우도 많다.
또박또박 쓰인 것도 있고 휘갈겨 쓰인 것도 있으며

메모를 해 놓을 때의 상황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뭘 보다가 옮겨 적어놓은 것인지 메모의 출처를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있으나

하나하나마다 담긴 이야기가 있음을 생각하면 퍽이나 재미있고,

다시금 공부하게 되니 좋다.
온갖 것이 메모장에 남아있으니 모두 의미 있는 메모이며 그 나름 用處가 있는 것이다.

 

나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매일 가계부도 쓰고 있다.

부부 공동의 수입이 꽤 됐지만 가계부를 씀으로 절약이 많이 됐었다고 생각되니,

모든 것이 메모를 함으로 생기는 이득이었다.

 

요즘엔 폰의 노트에 저장하기도 하고, 컴에 저장하기도 하지만

筆記하는 재미가 더 즐겁다.

글 쓰는 것도 좋지만 글씨 쓰는 맛도 쏠쏠하다.

그래서 나는 늘 메모를 한다.

어느 날의 상황, 누구랑 나눈 대화까지도 간단하게~

 

쓸모없는 메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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