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友 이야기

독백 108

藝友 2020. 12. 11. 20:53

지난가을 강화 다루지에서

 

나는 作家도 아니고, 詩人도 아니다.

그때그때의 관심사가 생기면 길지 않은 단문으로 글을 써

Blog에 올리는 게 전부였다.

 

뭔가 주제를 생각해 내고, 거기에 맞는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은데

막상 펜을 잡고 첫 글자를 시작하지 못해 망설일 때가 아주 많다.

아일랜드 시인 오스카 와일드가

'아침나절 내내 시 한 편을 교정하느라 끙끙대다가 겨우 쉼표 하나를 지웠다.
그런데 오후에 다시 그 쉼표를 제지리로 되돌려 놓았다'라고 말했단다.

과장이 지나치다 싶지만 詩句를 가지고 이야기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이해한다.
글을 써서 자기 마음에 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이 참 어렵다는 말을 한 것일 게다.
짤막한 문자 메시지 하나를 보낼 때도 몇 번씩 지웠다가 다시 쓰곤 하는데,

하물며 긴 글을 쓰면서 단번에 자기 맘에 쏙 드는 글을 써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나 아닌 다른 여러 사람이 그 글을 읽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 생각을 하면 도저히 글을 써서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말은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글은 대단한 조심성과, 책임질 일에 대한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홧김에 丈夫에게 두서없이 문자메시지를 날려서 도리어 혼쭐이 날 때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 할지라도 한참 후 다시 찍어낼 때는

작가가 여러 군데를 수정하거나 첨삭해서 개정판을 내는 것은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글쓴이의 맘에는 완벽하지 않다는 미진함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경우와 비교할 수는 없는데,

삶의 글을 써서 내 블로그에
올리는 게 고작이지만,
생각을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읽히게 됨은

글을 쓰는 작가의 염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다가 말거나, 혹은 전부를 써놓고 나서 몇 번씩 다시 읽으며 수정을 하고

보태거나 뺀 다음에도

결국은 완성하지 못한 글이 부지기수다.


요즘
인문학 강좌를 듣게 되면
생활에서 일어난 일이나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써 보는 일이 매우 값진 일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글을 써서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고

일기처럼 날마다 쓰는 글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시작과 끝이 갖는 의미는 엄청나게 크다고 말하고 싶다.

돌이켜보건대  

편지나  일기를 쓰고, 잡문을 쓰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되는 심오한 의미까지 살피기 전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세월이 지나다 보니 글쓰기 실력이 조금 향상이 됐음은 스스로 인정한다.


이렇게 읽히기도 하고 저렇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하다면 간결하고 쉽게, 알맞은 어휘를 찾아 쓰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글쓰기 목적 달성은 충분하다고...~

나의 글쓰기는 내가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을 소박하게 남기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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