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友 이야기

눈 내리던 날

藝友 2021. 2. 4. 20:29

 

 

 

 

< 2021. 2. 2 눈 오던 날 아파트 정원에서 >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겨울 섬을 왕래하던  연락선이 부두에 묶여 있던  밧줄을 풀고 배가 막 떠나려는 순간

뱃전에 서있던 사람이 안고 있던 닭 한 마리가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부두 삼바 시로 뛰어내린다.

닭 주인은 깜짝놀라 뛰어내린 닭을 잡기 위해 엉겁결에 자신도 닭을 쫓아 훌쩍 뛰어내리고 말았다.
갑자기 생긴 일이지만 가까스로 닭을 다시 잡았는데 연락선은 그 사이에 저만큼 멀어지고 말았다.

멀어지는 배에는 항구에서 구입해 가는 몇가지 생필품 보따리가 있었고

배를 돌려서 자신을 태우고 가라며 소리소리 질러봤으나 배를 돌 릴리 만무했고
낭패스러움에 주저 앉고 말았다.

몇 시간 후 겨울 바다를 항해하던 연락선은 돌풍을 만나서 좌초하고 배가 뒤집혀서

승선했던 사람 대다수가  차가운 바다에 빠져 사망한 사건이다.

오래전에 발생한 섬 연락선 '침몰사건'이다.

푸드덕하고 뛰어내린 닭은 바로 '생명의 恩鷄(은계)'가 된 것이다.
닭을 안고 있던 사람은 겨울바다에 수장된 그들과 다른 운명이었을 것이다.

곳곳에서 크고작은 사건이 터지고 나면 참말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 별의별 알 수 없는 후일담이 들려온다
운명의 갈림길이 되는 순간 뜻밖의 돌발 사건으로 인해서 불행을 모면한 사람이 있고,

반대로 그 자리에 대신 참여했던 사람이 불운을 맞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생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뭐라고 했던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누군가와 그런 얘기를 나눌때면 뭐가 "福"이 될지 모른다는 목소리를 낸다.

태어나서 내 것이 된 팔자가
어찌 되었건 살아오는 동안 끊임없이 내 앞길을 걸으면서
그때마다 몇 가닥의 갈림길에서 제비뽑기를 하듯이 한 길을 선택하고,

그런 선택을 함으로써 부딪치거나 만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나만의 인생을 織組하는 것이다.

그때 그 중대한 갈림길이 어느때였던지 알 수 없고 혹 어렴풋이 알듯하다 하더라도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한들 오늘에 이르러 어떤 결과가 이루어졌을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돌이킬 수도,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인간의 역정에서 지난날의 내가 선택했던 길이
알고 택했건 모르고 택했건 후회할 수 없다.

후회한다고 해도 그것 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다만 그 '되돌아봄'이 욕심 끝의 후회스러움이 아니고
그때 좀 더 잘 했더라면, 그때 좀 더 정성을 다 했더라면,
그때 좀 더 친절하게 대했더라면 하는 반성의 끝에 나오는 후회라면
아무리 늦은 후회라도 못난 짓이 아닐 것이다.

조용히 회상해 보면 진하게 남아있는 그런 흔적들은
아쉬움이며 미안함이며 그리움이다...

어제도 병원에 가서 6개월 만에 정기적으로 만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최근에 그녀가 출산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축하한다고 말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하며 축하의 말이 고맙다 한다.

그리고 전 週에 채혈했던 혈액검사 결과가 '모두 지극히 정상입니다' 한다.
요즘 지내는 상태로 보아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기대는 하였지만 
의사의 한마디에 돌아 나오는 내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세상 일이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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