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이성복의 ‘음악’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중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내립니다. 선인들은 계절에 따라 비를 달리 불렀다.
농촌에서는 봄비를 ‘일비,’ 여름비를 ‘잠비,’ 가을비를 ‘떡비,’ 겨울비를 ‘술비’라고 했지만,
요즘과는 맞지 않겠지...
여름비 내린다고 일이 없어 낮잠 잔다는 건 ‘희망사항’일 따름이니까….
요즘에는 개인마다 비의 의미가 다르다고 봐야겠지?
비!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의 노크, 또는 정신 버쩍 차리게 만드는 죽비(竹篦).
비!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의 노크, 또는 정신 버쩍 차리게 만드는 죽비(竹篦).
많은 사람에게 빗물은 우울한 가슴을 더 짙게 만드는 물감이고
어떤 이에게는 옛 사랑을 떠올리는 편지가 되고, 애주가에겐 칼칼한 목을 간질이는 손가락이 되기도 하지.
불행히도 많은 사람이 비를 보면서도 외출할 때 우산을 준비해야겠다는 것 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시인은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에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비가 오면 어떤 사람은 영화관을 찾고, 어떤 이는 술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누군가는 비를 맞으며 무작정 걷거나 달린다. 무엇인가를 잊으려고. ..
오늘도 詩와 雨와 音樂을 함께하며 뽀송하게 지내 보자!
'音樂膳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의 음악들 (0) | 2017.11.25 |
---|---|
남성 카운터테너 Philippe Jaroussky 가 부른 여성 아리아 (0) | 2017.10.27 |
An Irish Blessing - Roma Downey feat. Phil Coulter (0) | 2017.08.19 |
람메르무어 루치아 (0) | 2017.08.15 |
포레의 무언가 (0) | 2017.06.29 |